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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전관예우’ 한국엔 있고 외국엔 없다?

지난 12일 ‘전관예우’(前官禮遇·변호사로 개업한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에 따른 고액 급여 논란 등으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 일본처럼 법원, 검찰 등의 안정적 인사체계를 통해 ‘전관’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직 접촉 엄금 “식사도 말라”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종신직으로 운영하는 미국 판사의 경우 퇴임한 전관들은 정년 이후에나 볼 수 있다. 중도 퇴임하는 전관도 현직 판·검사 접촉을 강력히 금지할 뿐더러 전화통화조차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식당에서 우연히 전관을 만날 경우 배석할 수 없게 하고 만났다면 상급자에게 보고토록 하는 게 관행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규제기관의 요직을 담당하는 고위관료가 일부 대형 로펌에 취업, 자문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퇴임후 최소 2년간 자신이 맡았던 분야에서 로비활동을 벌이는 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경력법관제를 도입,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법조인이 법관으로 가기도 한다. 그러나 전임 법관이 퇴임해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는 행위 자체가 부도덕한 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전관 논란이 많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퇴임한 판·검사가 로펌에 들어가거나 퇴임 근무지 주변에 개인사무소를 차려 전관예우 논란의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대개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전관이 사건을 수임하지는 않는다. 대형 로펌에 들어간 전직 판·검사가 사건을 수임한 팀에 합류하지 않고도 직접 현직을 만나거나 전화하기에는 수월한 편이다. 후배 판·검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전화 변론’을 통해 자신의 로펌이 수임한 민형사 사건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식이다. 이처럼 법조계 ‘대선배’가 의견을 피력할 경우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란이다.

■종신제, 감시시스템 등 정착돼야

이에 따라 전관예우 폐단을 막기 위해 판·검사 종신 근무제 정착이나 퇴임 후에도 공직자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제도를 개선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전관예우 관행을 감시하고 처벌하기 위한 강력한 감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연구해 판·검사 퇴임 후에도 중재조정위원으로 일하도록 하는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생 공직에만 머물도록 하는 종신제 역시 전관예우 현상을 차단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인사 누락을 계기로 판사들의 사표 제출을 막기 위해 2월부터 법관 이원화제도(고법 부장판사제도 폐지 및 고법과 지법 판사를 별도 선발하는 제도)를 도입, 이 같은 전관예우 폐단 방지에 나선다.

서울대 법학과 조국 교수는 “판·검사들이 가장 많이 나갈 때가 검사장, 부장판사 진급에서 누락됐을 경우로 진급이 안 됐다고 조직에서 실패했다고 보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며 “법관 이원화체계를 검찰쪽도 도입, 안정적으로 근무토록 하는 것이 전관예우 폐단을 최소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ksh@fnnews.com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