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현장을 달리는 사람들] (39) 이상명 올리비아하슬러 팀장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2.13 18:02

수정 2011.02.13 18:02

“한참 잘 나가던 브랜드를 놔두고 새 브랜드를 시작할 때엔 사실 겁이 났습니다.”

패션 그룹 형지가 보유한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하슬러 이상명 팀장(39)의 솔직한 고백이다. 올리비아하슬러가 론칭되기 전 그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브랜드 크로커다일을 맡고 있었다.

‘유럽 감성을 지닌 성인 캐주얼을 만들어 달라’는 회사의 주문은 어렵고 막막했다. ‘크로커다일 1세대’로 꼽히는 배성호 본부장과 함께 뛰어들긴 했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패션 시장을 뚫기 위해선 묘책이 절실했다.

“일단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알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지역 상권 위주의 소형 점포를 공격, 출점했습니다.


지난 2007년 첫선을 보인 올리비아하슬러는 무섭게 세 확장에 나섰다. 브랜드 론칭 100일째 100호점을 달성했으니 하루에 점포 하나씩 문을 연 셈이다.

“유통 경로를 확보하는데엔 성공했지만 1년이 지나자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처음엔 크로커다일과 비슷한 콘셉트로 출발했지만 뭔가 차별화돼야 한다는 거죠.”

대대적인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옷의 색상은 한결 밝아졌고 디자인도 슬림해졌다. 주요 고객은 40대지만 ‘30대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40대’로 콘셉트를 명확하게 했다. 확 달라진 분위기에 대리점 주인들과 손님들은 ‘그 올리비아하슬러가 맞냐’고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결과는 대성공.

올리비아하슬러는 4년차에 접어들면서 연매출 1100억원을 기록할 만큼 순항을 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 존폐 여부가 통상 3년 안에 결정되는 것에 비하면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형지 측은 현재 보유한 200개 매장 외에 연내 50개 매장을 추가 출점해 성장세를 더할 예정이다.

“자신을 꾸미고 싶어 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봅니다. 중산층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대도 매력적인 요소죠.”

하지만 그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 성공 비결은 따로 있다.

“소비자들과 직접 마주치는 대리점 주인들에 대한 배려가 정말 중요합니다. 일방적으로 관리·감독하려고 해선 안 되요. 본사 직원들은 지금도 종종 지역 대리점의 간판 청소를 하고 2주에 한 번씩은 현장을 경험합니다. 최상의 영업 환경을 만들어주면 매출 증가는 절로 따라오니까요.”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탓에 혹사당하는 것은 그의 자가용이다.
서울, 경기, 인천은 물론 대전, 부산, 광주까지 전국 곳곳을 쉴 새 없이 다니다 보니 1년에 최소 5만㎞를 달린다. “여성복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지식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매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점주들과 자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1년에 2번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한다는 각오로 더 열심히 뛸 것입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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