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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게임사업서 손 뗀다

홍석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7.04 21:12

수정 2011.07.04 21:12

'모르는 사업, 뛰어들더니 결국….'

지난 2000년대 중반 너도나도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던 대기업들이 최근 게임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돈 된다'는 얘기만 듣고 게임에 대한 이해 없이 뛰어들었던 것이 결국 사업을 접게 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들, 게임 떠난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에 대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입 후보군으로는 대형 게임사 두 곳이 거론되고 있으며, 제3자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골프게임 '팡야' 개발사 엔트리브소프트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서 지난해 출시한 '프로야구매니저'가 흥행돌풍을 일으키자 '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엔트리브소프트 지분은 63%다.


최근 결정된 SK텔레콤의 분사도 엔트리브소프트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은 이유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최근 통신 사업과 비통신 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 지난 3월 SK텔레콤은 2008년에 투자(84억원)한 매직테크네트워크 지분 30%를 정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매직테크네트워크는 2006년 설립된 중국 온라인 게임사다.

삼성전자의 게임사업도 한풀 꺾였다. 게임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게임사업을 정리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로 소위 '대박'을 내며 대기업의 게임 유통(퍼블리싱)에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후속작 부재와 잦은 담당 인사 교체 등으로 현재는 '전만 같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 게임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던파'가 넥슨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단독 유통'에서 '공동 유통'으로 바뀌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스트사가의 후속작 유통을 현재 준비 중"이라면서 "사업 정리 수순이라는 소문에 대해 검토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로스트사가'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가 유통한 게임으로, PC방 점유율은 60위권(게임트릭스 기준)대다.

이 밖에도 지난 2005년 게임사업에 뛰어들었던 효성CTX는 2007년 말 게임 사업에서 철수했고, 동양그룹은 동양온라인을 내세워 게임사업에 진출했으나 아직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대기업, 게임은 왜 안되나?

대기업의 게임사업 진출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00년대 중반. 당시는 '리니지' '뮤' '카트라이더'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게임이 또 다른 블루 오션으로 각광받던 시기다. 게임은 영업이익률이 높아(최고 80%) 소위 '돈 되는 사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자수성가형 주식부자 1위(1조5000억원)에 올랐다.

그러나 대기업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대기업의 의사 결정 구조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게임에 대한 낮은 이해도 역시 걸림돌로 지적된다.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한 게임사 관계자는 "모회사 임원을 설득하기가 가장 힘들다.
1000원을 투자하면 2000원이 나온다고 말해야 투자를 결정한다"며 "게임사업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사업이라 예측치를 내는 것이 무의미하다. 대기업은 게임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는 '창의성'으로 먹고사는 곳이고 대기업들은 '위기관리'에만 치중한다"며 "무조건 '대박난다'고 믿어도 승률이 낮은 사업에서 수익률만 좇는 대기업들의 사고는 게임산업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hong@fnnews.com홍석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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