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르포] 종로 귀금속 시장, ‘돌반지는 안 팔리지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8.24 08:53

수정 2014.11.05 12:57

세계경기둔화 우려가 금값을 연일 올리고 있다.

23일 금값이 온스 당 1900달러을 넘어섰고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소매가는 소비자가 살때 3.75g(1돈)에 26만 7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일 기록인 25만 7400원을 넘어선 것으로 사상 최고가다.

이같이 금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요즘 금 시장의 풍경은 어떨까. 23일 오후 서울 종로 3가 귀금속 거리를 찾았다.

▲ 한 귀금속점에 걸려있던 금 시세표. 순금가격이 29만 40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오를대로 오른 금값 때문인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 제품을 보고 있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커플들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매장을 찾은 김윤호씨(26)는 “200일 기념을 맞아 커플링을 맞추기 위해 종로를 찾았다”며 “예상대로 비싸지만 커플링을 안할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한 돌반지와 달리 커플링은 사정이 나은 편. H귀금속의 김성우 사장(가명)은 “예전보다 다소 줄긴 했지만 커플링 수요는 그래도 꾸준한 편이다”라며 “돌반지는 다른 선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커플링은 대체할 수 있는 선물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전했다.

주로 판매되는 커플링은 14k제품으로 가격대는 30만원 초반대에서 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는 1년전에 비해 약 10만원 이상 오른 가격이며 그 중 5만원은 최근 한 달 사이 올랐다. I 귀금속의 이희승 사장(가명)은 “종로에서 20년 이상 장사를 했지만 최근 한 달처럼 갑자기 금값이 치솟는 경우는 처음본다”며 “가격이 너무 크게 올라서 손님들에게 가격에 대해 설명하는게 고욕이다”라고 토로했다.

돌반지는 사정이 어떨까. 돌반지는 거래가 거의 끊겼지만 상인들은 크게 아쉬울 게 없다고 전한다. 돌반지는 금 한돈 가격 거의 그대로 판매돼 왔기 때문에 사실 귀금속상에게는 이윤이 남는 품목이 아니기 때문.

끊긴 돌반지의 수요는 베이비 쥬얼리가 대신하고 있었다. ‘1g 돌반지’도 나왔지만 높은 금값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14k 베이비 쥬얼리 제품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팔찌와 목걸이가 있으며 가격은 각각 20만원, 25만원대. U 귀금속의 안은영씨(가명)는 “돌을 맞은 아이의 띠에 맞는 동물이 귀엽게 디자인 돼 있고 미아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새겨넣을 수 있어 새로운 돌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크기의 미니 골드바.

이 외에 돌반지 대신 미니 골드바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H 귀금속의 한 점원은 “1g부터 50g까지 다양한 양으로 판매되는 미니골드바는 돌선물 외에 재태크의 개념으로 찾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금값이 치솟았지만 매입거래는 늘지 않았다. 금값의 오름새가 계속되고 있어 더욱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퍼져 있기 때문. F 귀금속의 김승모 사장(가명)은 “금값이 올랐다고 내다파는 사람이 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건 사정을 잘 모르는 얘기”라며 “금값이 비싸긴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계속 오르고 있는데 누가 금을 팔러 오겠느냐”고 전했다.


결국 지금과 같은 금값의 고공행진은 소비자 뿐 아니라 판매자에게도 부담이라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금값이 오를거란 기대 때문에 파는 사람도 적고 가격이 부담돼 사는 사람도 적어 전체적으로 거래가 즐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 F 귀금속의 김 사장은 “금값이 서서히 오르거나 내리면 소비자들에 가격에 이미 적응을 하기 때문에 거래에 큰 영향을 주기 않지만 갑작스런 가격변화는 부담된다”며 “특히 지금처럼 큰 폭으로 계속해서 오르는 현상이 가장 문제”라고 전했다.


한국금거래소의 최은규 부사장은 “미국의 경제위기로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입지를 잃고 있고 유로와 위안화는 기축통화로서 불안하다는 인식이 계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하겠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금값의 고공행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umw@fnnews.com 엄민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