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20대도 ‘빚 돌려막기’..프리워크아웃 신청 급증

최순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1.18 17:16

수정 2012.01.18 17:15

20대도 ‘빚 돌려막기’..프리워크아웃 신청 급증

 가계부채 문제와 함께 개인신용 문제 해소 여부는 올해 한국 경제의 부침을 좌우할 대표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계부채 증가와 연체율 상승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개인회생과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신청 등 구제제도를 통해 개인 채무를 탕감하려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하면서 금융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악성채무자의 범주도 종전 40∼50대에서 최근에는 20대 등 젊은층으로 확산되고 있고 매월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결국 가계대출 확대→연체율 상승→개인채무조정 등 구제신청→금융부실화→내수위축→경기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채무불이행 대란 예고

 신용회복위원회에 접수된 프리워크아웃 신청 내용을 살펴보면 대규모 가계부채 위기 징후를 미리 읽을 수 있다. 연체 30∼90일 미만(채무액 5억원 이하)의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워크아웃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지 않아 연체기간이 짧고 빚이 비교적 적은 채무자들이 신청한다.
이자와 원금까지 탕감받기 위해 신청하는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보다 채무의 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프리워크아웃의 도움을 받고도 연체금을 갚지 못하면 결국 개인워크아웃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프리워크아웃의 운영효율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20대 프리워크아웃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회복위 유재철 팀장은 "20대 프리워크아웃 신청 건수가 매분기 비슷한 건수로 올라오는데 이들은 실직 또는 병원비 등으로 카드를 돌려막기 하다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뒤 대출금 및 이자 상환 능력이 안되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도 돌려막기를 해 결국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고 말했다.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도 법원을 통해 채무를 털어내기 위한 3대 제도 가운데 1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실제로 채무 탕감을 원하는 경우 개인회생보다는 개인 파산의 혜택이 더 크다. 개인 회생은 이자 일부만 탕감받고 갚는 수준인 반면 개인파산은 원금까지 모두 탕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법원이 2007년부터 개인파산 심사제도를 강화했고 그 뒤부터는 신청 건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게다가 대부업체를 끼고 대출을 받은 경우 개인파산을 신청할 수 없어 개인회생 쪽으로 신청 건수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결국 개인회생 접수 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벌려 돌려막기하다가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든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입은 현상유지·지출 늘어

 이 같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채무자 증가 문제를 해소하려면 소비패턴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계대출이 늘어난다고 금융권이 무조건 대출창구를 틀어막기보다는 왜곡된 소비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근본적인 처방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은 한정돼 있는데 개인소비 지출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소비항목도 많으니 가계부담 및 채무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 의식주 전반의 물가상승이 가계부담과 채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의 전환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로 인해 세입자 입장에선 매월 수십만원 이상의 월세 부담이 생겼다. 치솟는 전셋값을 마련하기 위한 은행대출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가계지출 중 통신비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종전의 3세대(3G)기반 휴대폰 위주에서 최근 4세대(4G)기반의 스마트폰 위주로 바뀌면서 가구 내 1인당 통신비 부담이 최소 1만∼2만원가량 늘었다. 식료품비 등 소비자 물가 상승과 외식비 증가 등도 가계대출 부담 및 개인채무 증가의 요인이다. 여기에 실직 후 자영업에 나섰다가 실패해 빚더미에 올라앉아 개인회생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한정된 수입에서 매월 일정 비용을 꼬박꼬박 지불해오던 개인들이 최근 몇 년 새 물가 상승 및 소비패턴 변화로 지출비용이 크게 늘면서 '돌려막기'가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는 "주거비가 크게 오르고 스마트폰 경비 등 여러 가지 필수적인 경비가 증가하면서 돌려막기로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처럼 복합적인 이유가 겹쳐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채무 증가 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근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 사치성 소비가 원인
 젊은층에서 불고 있는 사치성 소비 패턴도 가계부채 확대와 연체율 심화, 악성채무자 양산 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백화점의 경우 명품 구매층 중 20∼30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의 과시욕이 커지면서 현재 수입에 버거운 고가 제품을 사들이는 이른바 '베블런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명품 구매자 중 절반이 넘는 57%가 20∼30대다. 이 중 20대 명품 구매자 비율은 2008년 13%에서 지난해 18%로 늘었다.
30대도 34%에서 39%로 증가했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20대 젊은층도 대부분 수입보다 지출이 크다는 게 대부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용자 중에는 30∼50대가 대부분이지만 20대도 15% 안팎에 달한다"면서 "20대의 경우 대부분 학생이거나 무직자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성환 강두순 강재웅 이유범 이병철 최순웅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