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농축 활동을 임시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25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고 추가 식량 지원에 노력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회로 삼아 김정은 체제 안정과 국면 전환을 도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북한은 오는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강성대국 진입' 선언을 앞두고 대규모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이 UEP 가동 중지와 IAEA 사찰을 이행하면 자연스럽게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진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내용에 "결실 있는 회담이 진행되는 기간"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북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 논의할 것"이라며 미국과는 다른 내용도 있다. 북·미 합의 이행과정과 추가 협상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에겐 한반도 안보가 달린 중대사다. 이번 합의 이행을 위한 추가 협상과 6자회담 재개 등을 위한 북·미 대화에는 우리의 입장이 반영돼야 하는 것이다. 북·미 관계가 진전되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어서 우리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북·미 합의가 진전되면 3차 남북비핵화회담이 열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태도는 확고하다.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이 대남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우리의 입지를 어렵게 한다. 이럴수록 미국 등 강대국과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이번 북·미 합의가 한반도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외교력 발휘에 총력을 쏟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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