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의 감동을 일으키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평화비 소녀상을 통해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하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공감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동상도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거리에 세웠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건너편에 세워진 평화비 소녀상은 조각가 김운성(48, 오른쪽), 김서경(47, 왼쪽) 부부 손으로 만들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시위를 앞두고 김씨 부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직접 찾아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청동상 이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이 '소녀'라는 단어 자체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김운성씨는 "당시 일본군에 끌려갔던 할머니들은 모두 소녀였다"며 "소녀의 형상으로 당시 모습을 나타내고 그림자는 할머니 형태로 만들어 둘이 결국 같은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소녀상은 발뒤꿈치가 들려있고 머리카락도 가지런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김서경씨는 "소녀상의 모습은 당시 할머니들이 느꼈을 공포와 슬픔 그리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사회와 단절된 그들의 삶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불편한 역사를 대변하는 소녀상을 만들면서 마음이 아팠다는 이들은 일본정부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소녀상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살펴줘야 한다"며 "일본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을 통해 반성의 태도를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김씨 부부는 뉴욕 UN본부, 일본 등 해외 각지에 또 다른 소녀상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일본 교포들에게는 소녀상을 세우는 것이 그동안 받았던 억울함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또 "독도 문제 등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으로 제기된 다른 문제와 연관된 전시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시위는 지난달 29일 1011번째를 맞았다. 지난 2007년 미국 하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네덜란드, 캐나다 등도 이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바 있다.
gmin@fnnews.com 조지민 수습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