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사회와 개인의 모습이 반영된 작품을 선보여온 젊은 작가 김기라(38)가 괴물이 된 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동선-모든 산에 오르라'전을 펼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지난 8년간 전 세계 10여개국에서 수집한 500권 이상의 서적에서 발췌한 신화와 성상(聖像) 이미지가 사진콜라주, 드로잉, 설치작품 등으로 표현돼 있다. 인간이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내고 축적해온 신의 형상을 해체·재구성했더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괴물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서사적 구조와 희극적 요소가 통합된 이런 우상(偶像) 만들기 작업은 작가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집약적으로 표현해온 '스펙터(망령)'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셈이다.
미술평론가 조관용은 "김기라의 이미지들은 신화와 성상 이미지들을 해체해 흉물스러운 유령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 김기라는 인간과 사회.경제.문화사를 동시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의식의 전환점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02)708-5015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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