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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덕형포럼 강연 강형구 중앙대 서양화과 교수

[fn 이사람] 덕형포럼 강연 강형구 중앙대 서양화과 교수

"전공인은 자신을 스스로 규제하면서 제도권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강형구 중앙대학교 서양화과 겸임교수(사진)는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덕형포럼 조찬모임에 참석해 '전공인과 생활인의 간극(인물화를 중심으로)'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전공인을 이 같이 정의했다.

강 교수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3~4m 높이의 대형 인물화를 통해 한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이날 강 교수는 전공인과 생활인의 차이를 화가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비춰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신인부터 원로 화가에 이르기까지 한 달 벌이가 70만원 수준으로 낮지만 화가로서 전공인이라면 자신의 작품이 팔릴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작품을 그리는 사람이다. 반면 생활인은 팔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화가는 16~17세라는 어린 나이에는 가정이라는 제도권에서 벗어나고 성인이 돼서는 직장이라는 제도권에서 벗어나야 되기 때문에 생활하면서 전공인과 생활인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실제 강 교수는 대학교 진학 때 중앙대학교 서양학과에 합격했지만 부모가 미대 진학을 말리는 상황이라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미대 입학금은 부모에게 재수를 한다고 속이고 받은 학원비와 친척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마련했다. 또 대학교 졸업 이후 일반 직장에서 10년을 일했지만 다시 미술을 하기 위해 강 교수는 사표를 내고 나왔다고 한다.

강 교수는 "전공인은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림을 시작하던 초기, 그림 팔기를 포기하고 팔리기 어려운 그림만 그린다고 '팔포(팔기를 포기했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오히려 전공인과 생활인 간의 간극이 덜해 전공인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작품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전공인의 정신으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아니면 팔릴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전공인에 대한 강 교수의 생각은 역사적 위인이나 국위선양에 앞장 선 스포츠인들로부터 배웠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이나 야구의 박찬호 선수, 골프의 박세리 선수, 권투의 홍수환 선수 등 스포츠인들을 보면 힘을 많이 얻는다"며 "이들은 금전적 보상을 바라고 일을 한 것이 아니고 전공인으로 보람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일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강 교수는 지난 1936년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고 손기정 선수를 존경한다. 그는 손기정기념재단의 설립자이며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국가주의적인 생각이 아니고 열악한 조건에서 세계를 제패한 손기정 선수에 대해 알리고 싶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을 앞둔 지난 2004년 손기정기념재단을 설립했다"며 "정부가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체육인은 아니지만 관심 있는 사람이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