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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신약 만들자] (7)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2.06.11 17:30

수정 2012.06.11 17:30

[블록버스터 신약 만들자] (7)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지난해 9월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연) 제13대 원장에 취임한 김재현 원장은 국내 출연기관 원장 중 젊은 세대에 속한다. 그래서일까. 올해 창립 36년째 맞은 화연은 다른 출연기관과 비해 의욕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이는 연구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 김 원장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신약개발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삼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점에서 화연은 국가 신약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원장은 11일 "정부가 짠 큰 정책적 틀 안에서 화연이 범국가적 신약개발 시스템을 코디네이트하고 산·학·연·관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화학 분야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화연은 친환경화학공정 및 고부가가치 녹색화학기술 개발, 질환치료 신물질 파이프라인 확보, 녹색융합화학기술 개발 등을 4대 중점연구 분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약개발본부는 180여명의 연구 인력이 혁신표적 선정, 신물질 파이프라인 확보 등으로 국내 신약개발 글로벌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 암, 당뇨 및 비만, 면역·염증치료제 등 다양한 후보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한국화합물은행은 화합물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업그레이드에 주력하고 있다. 구축된 화합물에 대한 다양한 약물과 약효 정보를 데이터화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의 현주소와 향후 발전 방향은.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이 모방연구 중심의 신약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지 못했다. 18개의 국산신약도 국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신약개발 연구력에서도 대학, 출연기관, 제약사 등의 개별적인 역량은 일정 수준에 다다랐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하자면 여전히 격차가 있다. 하지만 약가인하 등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대학, 연구기관의 연구역량이 강화되는 시점이기에 전주기적으로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글로벌 신약개발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신약플랫폼센터, 한국화합물은행 등 신약개발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내 신약 연구개발(R&D)에서 화연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방연구로는 글로벌 혁신신약 도출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화연은 신규표적 또는 초기표적에 대한 신물질 발굴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합물은행이 보유한 우수한 화합물은 세계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위해 다국적제약사와 같은 인프라·인력·연구비·경험을 갖추기는 사실상 어렵다. 다국적제약사와 경쟁 가능한 신약개발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신약개발 전 단계에서 산·학·연·관이 철저한 역할 분담을 하고 선택과 집중도를 높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국가 연구개발(R&D)의 낭비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한편 신약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가적인 큰 틀에서 신약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 시점에서 화연은 국책기관으로 범국가적 협력 시스템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화연의 산·학·연 협력 관계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 신약연구본부에서 국내 신약개발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국내 제약산업체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제약사의 니즈 파악에 나서고 있다. 암·당뇨·비만·에이즈 등의 화합물을 국내제약사에 기술 이전했고 다국적제약사와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혁신 표적치료제의 대표적 연구지역인 보스턴 지역의 한인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최신 정보를 국내 신약연구자들에게 제공하려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8일에는 제약업계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신약개발 분야를 국가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플랜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서울대 등 24개 국내 표적연구자들에게 총 2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학·연 협동연구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고 곧 가시적 성과 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 신약 R&D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대학·출연기관·제약사 등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에서 도출된 신약개발 관련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
특히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 마련이 필수다. 이와 함께 화합물은행의 경우에는 연구자들이 발견한 화합물에 대한 유무형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화합물을 기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제약산업의 선진화가 글로벌 혁신신약개발을 통해 가능하다는 기본전략을 가지고 임상시험에 대한 제약사의 리스크를 고민하고 세제 지원,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 혜택 등 신약개발 중심연구의 정책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약력 △56세 △경남 산청 △진주고 △서울대 화학교육과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석·박사 △과학기술부 진흥국 화공사무관 △국립공주대 기획연구처장 △국립공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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