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화재현장 잇따른 소방관 순직’ 실태와 문제점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2.14 17:03

수정 2013.02.14 17:03

‘화재현장 잇따른 소방관 순직’ 실태와 문제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방관들의 순직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소방관 순직률(소방관 1만명당 순직자 수)은 연평균 7명으로 일본의 2.6배, 미국의 1.8배에 달한다.

소방관이 부족하고 장비가 열악한 가운데 현장지휘 체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소방 사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의 안일한 소방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사명이라며 인력증원 및 예산지원을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소방관 인력증원'을 약속한 만큼 새 정부 출범 후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다.


전국에서 소방 수요가 가장 많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소방 사무 실태와 소방관 순직 예방대책 등을 점검해 본다.

■소방 수요 최고, 3교대 비율 최저

지난해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경기도의 경우 서울의 17배에 달하는 면적과 1200만명의 인구와 다양한 시설이 있는 등 재난 위험 요소가 많다.

하지만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는 2004명으로 전국(평균 1208명)에서 가장 많고 3교대 비율은 90%로 전국 평균(93.9%)보다 낮은 수준이다.

화재발생 시 초동진압에 나서는 지역대는 경기지역에 총 74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 중 구급차가 배치된 8개소와 전담의용소방대로 운영되고 있는 4개를 제외한 62개소는 소방관 1명이 운영하는 '나홀로 지역대'다.

지역대에는 펌프 73대, 구급차 8대 등 총 83대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소방대원의 현장활동 수칙을 규정하고 있는 '재난 현장 표준작전 절차 규정'은 현장에서는 항상 2인 1조로 같이 움직이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하지만 나홀로 지역대 근무자는 지원대가 올 때까지 혼자서 소방차 조작, 화재진압, 구조 등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예산난과 이원화된 지휘체계

소방 예산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국가가 부담하는 소방 예산 비율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소방사무는 국가·지방 공동사무가 75%에 이르지만 국비 분담 비율은 1.9%에 불과한 실정이다. '119도지사'를 자임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소방 예산 확보를 중앙정부에 수차례 건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휘 체계도 문제다. 경기도는 넓은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경기도 소방조직은 소방재난본부와 북부소방재난본부로 이원화돼 있다.

따라서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지 않아 대형화재 등 재난발생 시 소방재난본부장에 의한 일사불란한 지휘통솔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북부본부의 경우 1년6개월간 본부장이 3차례 교체되는 등 지휘권이 확립되지 않아 재난현장 통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순직 및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 화재 시 위험천만

샌드위치 패널 건물은 소방관에게 가장 위험한 화재진압 중 하나다. 지난 2011년 평택 가구전시장 화재현장에서 2명, 지난해 고양 문구창고 화재현장에서 1명이 순직했는데 이들 모두 샌드위치 패널 붕괴 사고를 당했다.

샌드위치 패널은 단가가 저렴하고 시공이 편리하며 단열성과 방수·방음 효과가 높아 국내 건축자재 시장점유율 30%를 차지할 정도로 건축업계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내화성능이 없어 화재가 진행되면 철골이 휘어져 붕괴될 위험이 크고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경기도는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관련법 개정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샌드위치 패널 건축 시 불연재료를 사용하도록 건축사협회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일선의 소방관들에게는 화재출동 시 진압대원의 무리한 내부진입을 자제토록 하고 샌드위치 패널 화재 특성에 적합한 진압전술을 강구하는 등 안전조치를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순직 소방관 불상사 사라지나

경기도는 우선 올해 소방인력 700명의 충원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인력 보강이 되더라도 교육기간과 채용시기를 감안하면 당장 인력 부족 문제는 해소할 수 없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장인력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강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와 34개 소방서의 행정인력 937명 중 170명을 현장 출동인력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행정인력 현장 배치가 완료되면 내년까지 모든 소방관들이 3교대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내다봤다. 또 '나홀로 지역대' 문제 해결을 위해 출동 횟수가 적은 지역대를 인근 안전센터로 통합하고 기존 행정 인력과 의용소방대, 퇴직 소방공무원을 지역대에 추가 배치한다는 복안이다.


특별히 훈련된 의용소방대원으로 구성된 전담의소대도 연차적으로 확대·설치해 지역대의 인력을 보강해나갈 예정이다. 소방 사무에 대한 중앙정부의 국고 지원을 위해서는 국가의 지방소방재정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소방특별교부금 신설,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 등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이양형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은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선의 작전을 수행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대한 지켜줄 것"이라며 "소방관을 믿어주시고 소방작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무리한 요구는 자제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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