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사 재형저축 상품, 때를 기다린다

김기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12 17:06

수정 2013.03.12 17:06

"때를 기다려야죠."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 은행권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찬밥신세다.

은행권이 역마진 우려에도 장기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4%대 중반 특판예금을 앞세워 과당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고객기반, 상품손실 우려 등으로 판매 일주일이 지난 현재 전체가입 계좌의 10분의 1도 차지하지 못할 정도로 열세인 상황이다.

다만 복수의 증권사 상품팀 관계자들은 "재형저축 상품 역시 장기상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트랙 레코드(운용실적)가 쌓이게 되면, 결국 고객들도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형저축펀드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초라한 성적표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재형저축 상품이 출시된 이후 17개 시중은행들은 4영업일 만에 60만 계좌를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며 선방하고 있다는 한국투자증권도 현재 가입계좌가 1100여개에 불과하다. 현대, 한화투자 등 판매 상위 증권사들은 300~500여개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한 증권사가 분석한 내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재형저축 판매규모를 4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이 중 90%는 은행권이 차지하고 10%는 증권사들이 가져갈 수 있다. 이럴 경우 증권사들의 몫은 400억원에 불과하다.

증권사 자산운용부 고위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직원들을 조사해보니 전체 2만명 중 타깃층이 되는 직원은 약 3000명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은행권에 돈을 넣어 둔 젊은층에 속했다"면서 "더욱이 중소업체들의 주거래은행들이 과도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출고객과 월급통장을 보유한 은행권과 고객들과의 이해관계로 초반 시장선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해외주식.채권형 상품 관심

하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판매하는 재형저축예금보다 재형저축펀드가 월등히 앞선다. 현재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재형저축펀드는 기존 운용사들을 통한 펀드를 여러개의 모펀드로 전환시키고, 각각의 모펀드에서 비중을 조절해 투자하는 모자펀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상품으로 23개 자산운용사가 70개 재형저축펀드 상품을 내놓았다. 이에 국내외 채권형, 채권혼합형, 해외주식형 등이 속하며, 이들 상품의 수익률은 현재 은행권이 판촉하는 특별 우대금리보다도 월등히 높다.


증권사 상품 연구개발팀 한 관계자는 "해외채권형만을 놓고 본다면 최근 7~8년 동안 연평균 8~9%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장 금융권에 기반한 고객들이 증권사들을 외면하고 있지만, 운용실적이 쌓인다면 1인 다수계좌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나머지 돈이 이쪽으로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비해 현재 증권사들은 국내주식형펀드 외에 비과세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국내채권형, 해외주식형, 해외채권형 등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에서 주는 4%대 고정금리는 결국 3년 뒤 변동금리(시장금리)로 변경돼 실질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 있는 채권혼합형(주식 30%) 상품은 수익률 측면에서 앞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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