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벌써 3월 중순인데..대기업 투자계획 발표 ‘오리무중’

김재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17 22:26

수정 2013.03.17 22:26

벌써 3월 중순인데..대기업 투자계획 발표 ‘오리무중’

새해가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주요 대기업이 아직 올해 투자규모를 정하지 못해 발표를 계속 미루고 있다. 현재로선 언제 투자계획을 밝힐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새 대통령 취임으로 정부가 주요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 몰라서다. 새 정부의 경제코드에 맞추려는 기업들의 줄서기인 셈이다.

■"정책방향 몰라 투자계획 난항"

1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한 삼성과 현대차가 올해 투자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들 그룹이 최근 수년간 연초에 그해 투자규모를 확정해 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5대 그룹 가운데 새해 투자계획을 발표한 곳은 LG와 SK뿐이다.
롯데도 올해 투자계획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패턴은 과거에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8.15 광복절 특사' 혜택을 본 대기업들은 특사 직후 잇따라 추가 대대적인 투자·채용계획을 발표했다. 형이 확정된 지 3~4개월에 불과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8·15 광복절 특사 발표 3일 뒤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진입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한화와 SK도 연초 발표했던 투자·채용계획과 별개로 추가 투자 및 채용계획을 밝혔다.

참여정부에선 좀 더 노골적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2004년 5월 14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자 주요 그룹은 기다렸다는 듯 같은 달 27일 연초에 발표한 투자·채용계획 수정치를 발표했다. 참여정부 2기와 코드를 맞춘 셈이다.

당시 삼성은 연초 발표한 투자액 17조4000억원보다 11% 늘어난 19조3000억원의 수정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LG는 연초의 6조8000억원보다 4000억원 늘어난 7조2000억원의 시설투자비를 확정했다.

■대선 때마다 설비투자 위축

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는 새 정권 출범 전후에 흔히 목격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선 이후 1년간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대선이 없던 해에 비해 6.5%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금쯤이면 기업들의 올해 경영계획이 나와도 벌써 나왔어야 할 시기"라며 "최근 기업들이 투자에 주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이 논란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이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부당내부거래 등은 금융권, 공기업도 해당된다"며 "왜 정치 시즌마다 정치권이 민간 대기업집단만 정책적 쟁점으로 삼는지 의아스럽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정부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화하는 사업환경과 세계화 시대 속에서 올바른 정부의 역할이 그 사회의 경쟁력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제도적 변수"라며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목표는 자발적 창의성의 확대"라고 조언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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