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아시아 꼴찌로 전락한 한국의 성장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4.22 16:30

수정 2013.04.22 16:30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한때 '아시아 4룡(龍)'의 선두주자였던 우리나라가 어느덧 아시아의 열등생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발표한 '아시아 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2.8%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국내총생산(GDP ) 상위 11개국 가운데 10위에 머물렀다. 성장률 전망치가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싱가포르(2.6%)뿐이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두 배가 넘는 5만달러의 선진국이라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국이 사실상 꼴찌라는 뜻이다.

어째서 우리 경제가 이처럼 아시아 내에서조차 경쟁에서 밀리고 있을까. 무엇보다 수출과 내수 양면에서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제2차 한국 보고서'에서 "지금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 "북한 핵보다 경제성장이 멈춰버린 게 한국의 진짜 위기"라고 경고했다. 중산층의 몰락과 대기업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위기요인으로 봤다. 특히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면서 고용이 정체됐고 소비도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기업투자 부진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뭉텅뭉텅 갉아먹는 요인이다. 엊그제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기업의 설비투자가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4분기 설비투자지수는 -6.5%로 직전 투자지수 고점이었던 2010년 2·4분기에 비해 38.5%포인트 낮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4분기 때 34.9%포인트 낮았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실제 설비투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전년 동기비 6.1% 감소했고 올 1월은 15.6%, 2월은 18.2%나 줄었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현재 3% 중반대에서 2016년께 3% 아래로 떨어지고 2020년대에는 2.1%, 2030년대에는 1.8%까지 밀린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투자부진으로 일자리 창출이 안되고 성장 여력이 줄어 저성장이 고착된다는 얘기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자명하다. 맥킨지는 투자 규제 완화와 보건의료·금융·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육성을 제시했다. 미국·일본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고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해법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기업을 옭아매는 내용의 경제민주화 입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규제가 등장한다고 할 정도다.

정부는 입만 열면 창조경제를 외치지만 신성장동력을 어떻게 발굴하고 어떻게 활성화할지, 세부 청사진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개구리는 자기도 모르게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