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안드레이 서반 “영혼의 움직임,무대로 가져왔다”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
연극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

"영혼의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한 영화입니다. 그걸 무대서 재현할 수 있을 지 제 스스로 내기를 걸어본 겁니다."

유럽 연극계 혁신적 연출가로 손꼽히는 루마니아 출신 안드레이 서반(70). 그의 눈엔 영혼의 움직임이 보였던 걸까. 그걸 무대로 가져왔을 때 관객은 그 움직임을 제대로 느끼게 될까. 이 답은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외침과 속삭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안드레이 서반과 220년 전통의 루마니아 클루지 헝가리어극단이 이 작품을 들고왔다. 지난 2010년 1월 동구 유럽 연극의 중심 루마니아서 초연됐고, 루마니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유니터 어워즈' 등 각종 상을 휩쓸며 화제를 일으켰던 작품. 아시아에선 이번이 초연이다.

작품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1972년 동명 영화를 창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일종의 극중극이자 영화 속 연극이다. "베르히만은 우리시대 도스토예프스키"라고 말하는 서반은 "영화엔 논리와 이성을 넘어 무의식, 잠재성을 포착하고 있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안의 굉장히 복잡한 관계 속 사람들의 욕망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연극은 베르히만 역의 배우 졸트 보그단의 친절한 설명에서 시작한다. 촬영에 앞서 로비에 모인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왜 하는지, 배우들은 누군지 찬찬히 소개한다. 로비에서 극장 안으로 이동하면 온통 붉은 빛의 폐쇄된 방이 나온다. 핏빛 무대는 베르히만 영화의 색깔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서반은 "베르히만도 왜 스스로 그 붉은색 방을 골랐는지 설명하진 못했다"며 "그건 관객이 스스로 느껴야할 부분"이라고도 했다.

암으로 죽어가는 둘째 아그네스 곁엔 부유하지만 우울한 첫째 카린, 내연남 때문에 갈등하는 막내 동생 마리아, 이들 모두를 돌보는 하녀 안나가 있다. 이들은 극중 베르히만의 지시에 따라 자신들의 은밀한 내면을 외치고 속삭인다. 서반은 "극속 내용은 무거운 슬픔을 담고 있지만 무대는 무한정 그 분위기로 끌려가진 않는다"며 "마지막 2분은 아름다운 정원의 따뜻한 봄날을 즐기는 장면이다. 비극 뒤 결국 희망이 온다는 메시지도 깔려 있다"고 말했다.


동성 에로티시즘, 자해, 환각 등의 자극적 소재로 초연 때부터 만 18세 미만의 관객에겐 관람이 제한된 연극이다. 국내 무대서도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다. 무대 아래 거대한 객석은 버리고 무대 위 110석(회당) 자리서 관객을 맞는다. 전석 7만원. (02)2280-4114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