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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제약사 CEO에게 듣는다] (5) 한국메나리니 알버트 김 사장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01 04:08

수정 2014.11.05 13:25

[글로벌제약사 CEO에게 듣는다] (5) 한국메나리니 알버트 김 사장

127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나리니는 무차입 경영으로 이탈리아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는 제약회사다.

오래전부터 이탈리아 매출 순위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메나리니는 1990년대 유럽, 남아메리카 시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중소 제약사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메나리니는 2011년 전 세계 매출 30억유로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2011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반의 의약품 영업·마케팅 전문회사인 인비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한국법인 한국메나리니는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메나리니 알버트 김 사장은 6월 30일 기자와 만나 "지속적인 신약 연구개발(R&D) 투자와 5~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비전으로 현지 시장에 도전한 것이 중소 제약사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알버트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이 가진 매력은.

▲한국시장은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경제력 또한 높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 특성에 맞는 약을 가지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또한 한국의 제약산업이 발전했고, 특히 의료에서는 선진국 수준이기에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1980년대부터 다수의 한국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메나리니의 우수한 제품을 한국에 소개한 바 있다. 아울러 본사에서는 한국의 신약 R&D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한국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의 신약 R&D 수준과 글로벌 성공 가능성은.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높은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메나리니가 접촉하고 있는 한국 제약사의 몇몇 제품은 잠재력이 매우 우수하다. 이에 메나리니는 한국의 우수한 의약품이 유럽, 동남아, 남아메리카 등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하려 한다. 지난 4월에도 본사 R&D 부서의 임원이 와서 한국의 12개 제약사와 미팅을 했다. 이들이 개발한 약물의 프로파일을 확인해 재평가하고 있는 중이다. 이 약물들에 대해 유럽 진출 가능성 등을 진단하는 과정인데 아마 올해나 내년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법인이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한국 시장 안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3월 한국법인 출범 이후 조루치료제 '프릴리지'를 출시했고 마케팅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에 앞서 심혈관계에서 고혈압 치료제를 2월에 출시했고 하반기에는 통증 치료제, 내년에는 암성 통증 치료제 출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남성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R&D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제약회사가 자리를 잘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의약품을 통해 회사를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우수한 의약품을 한국에 지속적으로 선보임으로써 환자들에게 좋은 의약품을 제공하고, 연구개발 회사로서의 자리매김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중소 제약사로서 메나리니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은.

▲메나리니는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유한회사이며 12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1위 제약사이고 1990년대부터 국제화를 시작해 유럽, 남아메리카를 거쳐 아시아까지 진출했다. 메나리니가 이탈리아는 물론 글로벌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원동력은 메나리니의 경영 철학인 '무차입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제품에 대한 이익을 재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지 시장 공략 시 5~10년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메나리니가 동유럽에 진출할 때 러시아는 경제위기 상황이었다. 매출이 증가해도 환율 이슈로 수익이 낮아 다수의 글로벌 회사들은 투자를 중단하거나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메나리니는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이런 노력으로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어 지금 메나리니는 러시아 넘버2 제약사로 성공했다. 한국 시장도 지금 약가인하 등 규제 강화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 메나리니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진출을 주저하지 않았다.

―한국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점은.

▲한국의 신약 R&D 능력이 우수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가능한 약물도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 유무의 가장 큰 핵심 이슈는 해외의 허가 과정을 통과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러한 난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에 맞는 임상시험을 진행해 유효한 데이터를 뽑아내 제품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이러한 부분만 잘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꼭 신약이 아니어도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성공전략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정부, 학계, 제약사들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활성화되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메나리니가 아시아 시장 공략 전략으로 인비다와 인수합병(M&A)한 것처럼 현지 회사와의 M&A 추진도 효율적인 현지화 전략이 될 수 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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