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권 자율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16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행임원제·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재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추광호 기업정책팀장은 "국가가 기업의 지배구조를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게 옳다"고 밝혔다.
이런 재계의 반발은 이날 법무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내달 25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의견청취 후 정부안을 최종 확정해 올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먼저 재계가 강력히 반대하는 부분은 이사회의 감독기능강화 차원의 '집행임원제' 도입 의무화다. 집행임원제는 지난 2006년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재계가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만 갖게 되고, 집행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집행임원이 하게 된다. 그간 이사회는 의사결정, 집행, 감독 기능 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결국 이번 상법개정안에서는 이사회가 독점하던 기능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제환경 아래 기업의 업무집행과 의사결정은 경영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집행임원제를 의무화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주주 권한이 크게 약화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대주주가 CEO를 선임.해임할 경우 현재까지는 주주총회를 소집해 의결권을 행사하면 됐지만, 상법이 개정되면 이사회를 통해야만 한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맡을 이사는 선임 단계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이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도 최대주주의 경영 부담을 키우고 경영 효율성도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는 개별 기업이 선택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명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들에게 1주당 선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재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경우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국내 기업 경영권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면서 "장단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이사회 감독기능과 소수 주주 권한을 강화해 경영자를 통제하려는 개정 취지가 자칫 기업지배구조의 획일화를 가져와 경영활동의 전략적 공간을 지나치게 좁힐 수 있다"며 "경영자 통제와 경영판단의 존중이 조화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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