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사 이슈에 발묶인 대한민국] (하) 비정규직 문제 최상의 해법은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7.25 03:11

수정 2014.11.04 16:34

[노사 이슈에 발묶인 대한민국] (하) 비정규직 문제 최상의 해법은

국내에서 사내 하도급이나 파견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가열되면서 노동계와 재계, 정치권이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사례로 비춰 봤을 때 우리나라는 파견에 대한 나쁜 인식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을 강조해 기업들의 편법고용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국가는 파견 감소추세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살펴본 해외 사례에 따르면 주요국들은 대부분 파견근로자를 쓰는 것은 규제하지 않는 대신 본사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대우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또 파견을 쓸 수 있는 업종도 별 규제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파견법상 파견근로자에 대해 2년 이상 근무 후 정규직으로 채용토록 해 오히려 파견근로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원이 제기됐고, 헌재는 이르면 내년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경우 26개의 전문 파견업무가 있고, 여기에는 근로 연수에 대한 상한 규제가 없다. 항만, 운송, 건설, 의료 등을 제외하고는 제조업 등 모든 업무에서 파견이 허용된다.

독일도 현재까지 파견기간에 대한 상한 규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에서 직접 생산공정은 파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국가는 파견근로자를 쓰는 형태도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주기 때문에 본사 측은 자유롭게 파견을 쓸 수 있어도 자주 쓰지 않는 구조다. 업계에선 현대차의 유럽공장에서 일부 파견을 쓰고 있지만 정규직과 유사한 임금을 줘야 하는데다 파견 법인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쓰는 비중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현재 이 같은 내용을 인식, 노동계약법상에 정규직과 파견직이 동일한 노동을 할 경우 동일한 임금을 주도록 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승인이 나면 이를 명문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무지시사항' 완화해야

재계와 학계에선 산업계의 위장 도급 문제를 백안시해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위장도급 여부를 따질 때 핵심 쟁점은 '노무 지시사항 하달 여부'다. 즉 본사가 도급 업체에 일에 대한 지시나 명령을 내렸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그러나 도급업체의 통상적인 업무상 고객사인 본사 측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합리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 정치권이나 노조 측의 견해와 같은 경직적인 시각은 부작용만 양산한다는 것.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 파견법에 대한 개정 법안은 총 6개 안건. 이 중 은수미 의원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파견 사유를 전문적인 지식, 기술을 요하는 업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하도록 한정토록 제안했다.

또 도급상의 지시가 구체적일 경우 근로자 파견사업을 행한 것으로 보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의 변양규 실장은 "하도급이라는 것은 다른 회사하고 계약을 하는 것인데 일을 완성하기 위해서 본사 측이 '이렇게 해달라'고 하는 것을 법상 노무 지시로 간주하게 된다면 앞으로 기업들이 사내 하도급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폭스바겐 사례처럼 유연해야"

이 때문에 파견 혹은 비정규직에 대해 해외의 유연한 운영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경영합리화 계획인 '아우토 퓐프타우젠트 플랜(AUTO 5000 PLAN)'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1년 폭스바겐이 실행한 이 계획은 생산인력을 늘리고 임금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AUTO 5000이라는 자회사(주식회사)를 따로 세우되 장기실업자나 청년실업자들을 고용, 임금은 정규직의 80%가량만 주기로 한 것. 폭스바겐은 이로 인해 생산공장을 신흥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막고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냈다.

이후 폭스바겐은 아우토 퓐프타우젠트 플랜을 접었다.

그 이유는 AUTO 5000 공장의 생산성이 높아져 본사 측이 자회사인 공장을 본사로 흡수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이 플랜은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을 막고 고용까지 창출하며 경영을 합리화한 귀감으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