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양그룹 3개사 법정관리 신청] 57년 시멘트로 기업 일궈.. 금융그룹 꿈꾸다 좌초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9.30 17:23

수정 2014.11.03 10:10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동양그룹이 9월 30일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이날 서울 수표동 동양그룹 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동양그룹이 9월 30일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이날 서울 수표동 동양그룹 사옥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동양그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멘트 사업을 시작으로 금융사업으로 그룹의 형태를 갖춘 동양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면서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꿈꿨지만 순탄치 않은 기업구조조정으로 좌초위기에 빠진 것.

동양그룹은 1957년 강원도 삼척에서 시멘트 사업으로 출발한 기업이다. 반세기 동안 이어온 역사를 자랑한다.

동양그룹은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과 주택 건설에 참여하면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당시 시멘트 회사들은 국내 10대 기업에 들어갈 정도로 번성했다. 이 자금력으로 동양은 1984년 일국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동양생명, 동양자산운용, 동양투자자문 등을 세우면서 금융그룹 회사로 변신을 꾀했다.

시멘트, 레미콘 등 주력사업이 쇠퇴기를 맞자 신성장동력을 금융에서 찾은 것. 이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서도 동양증권, 동양자산운용 등 금융부문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동양을 금융회사로 키운 것은 현재현 회장이다. 현 회장은 동양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사위로 이 회장이 1989년 타계한 이후 동양을 이끌고 있다. 1992년에는 정수기와 가정용 전기제품 등을 제조하는 동양매직을 설립하면서 가전사업에도 나섰다. 현재 건설업, 시멘트제조업, 레미콘제조업, 레저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을 영위하는 30여개사(국내 기준)로 구성돼 있다. 2012회계연도 기준 전체 자산규모는 7조5880억원대로 39위(공기업 제외)의 대기업집단이다.

동양은 이미 한 차례 큰 위기를 넘긴 바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동양그룹은 존립 위기에 놓였었다. 그룹 주력이었던 종합금융사(동양종금)를 비롯, 금융계열사들이 부실로 퇴출 위기에 몰린 것. 정부는 주인 있는 금융사에 공적자금 투입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결국 동양그룹은 5000억원이 넘는 돈을 금융계열사에 쏟아부어 위기를 탈출했다. 이는 이후 동양그룹의 자랑거리가 됐다.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행운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동양그룹의 위기는 건설경기 부진과 현 회장의 판단 착오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건설경기 위기로 동양은 부채가 4조원, 부채비율이 1233%에 달한다. 그동안 동양증권을 통해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하며 폭탄 돌려막기를 해왔다는 지적이다.

동양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지난해 말 재무구조 개선안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동양매직, 섬유부문, 레미콘 공장 등의 매각 방침을 밝힌 것. 그러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혹여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도 해당 매수희망자들이 시간 끌기에 나섰다. 동양이 시간이 없다는 약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계열사 매각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동양은 자금난을 겪게 됐다.

이런 소문은 시장에 급속도로 퍼져 더 이상 동양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됐다.

업계는 지난해 말 그룹이 어려워질 때 동양파워를 시장에 매각해야 했었는데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가장 돈 되는 것부터 팔아서 그룹 정상화를 이뤘어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마음을 비우지 못한 것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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