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부자 감세 철회'를 외치며 총공세에 나섰다. '부자 감세'논쟁은 최근 공약 내용을 대폭 축소한 기초연금안 발표를 계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재원이 부족해 기초연금을 축소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해명에 대해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때의 부자 감세를 원상복구만 해도 60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득세율·법인세율을 다시 올리자는 얘기다. 특히 최고 22%인 법인세율을 25%까지 높이자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결국 부자감세의 요체는 법인세율 인하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인 셈이다. 법인세는 곧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라는 등식이다. 과연 그런가. 이에 대해 민주당이 반복해서 제시하는 통계가 있다. 법인세 감면 혜택을 재벌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민주당 설훈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이명박정부 집권기에 10대 그룹이 10조6000억원의 법인세 공제·감면을 받았다고 제시했다. 전체 법인의 0.3%에 불과한 재벌계열사들이 감면액의 51%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이는 통계의 장난에 불과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상위 1% 기업이 우리나라 법인세의 86%(2011년)를 납부한다. 민주당은 이 사실을 한사코 외면한다. 세금 많이 내는 기업이 감면도 많이 받게 되어 있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법인세 감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시투자세액 공제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거저 주는 게 아니다. 그나마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설비투자나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기 때문에 감면을 받는 것이다.
법인세는 이익을 내는 모든 기업이 내야 하는 세금이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대기업보다 99%의 중소기업들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를 올리면 법인들은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용축소, 상품 가격 조정, 투자자본 이동 등 '조세 전가'를 시도한다"며 "결국 근로자, 소비자 등 국민 모두가 부담을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는 부자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4위로 매우 높다. 게다가 경기가 좋지 않고 투자도 부진한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겠는가.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하고 온갖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는 세계 주요국의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부자감세 철회'는 그저 포퓰리즘적 구호일 뿐이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