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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부채, 그들만의 잘못인가.. 국책사업 실패, 빚더미에 앉아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8 17:19

수정 2013.11.18 17:19

공기업 부채, 그들만의 잘못인가.. 국책사업 실패, 빚더미에 앉아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 그들만의 문제일까?

공기업 개혁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역대 정권 때마다 반복됐던 일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경제활성화와 기초연금 등 굵직한 현안에 밀려 이슈화가 늦었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국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공직기강 확립과 원전 등 각종 비리 척결, 공공부문 개혁 등을 또다시 강조했다. 지난달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이어 20일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향후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20명의 공공기관장을 불러 "일부 기관이 고용을 세습하고 비리퇴직자에게 퇴직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 도덕성과 책임성을 망각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실제 295개 전체 공공기관 부채 수준은 2008년 290조원에서 2012년 493조4000억원으로 4년만에 70% 이상 급증했다. 연일 비판이 이어지자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성과급 반납 등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책사업·해외자원개발에 빚 껑충

그러나 이 같은 공기업의 부채문제는 역대 정부, 특히 지난 이명박정부가 공기업을 정권의 핵심 국책사업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외자원개발을 중점 추진하며서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의 부채비율이 급증했고, 물가를 잡는다며 전기요금을 제때에 인상하지 않아 한국전력의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4대강.보금자리사업 실패에 따른 부실을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떠넘긴 것도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매년 2조~3조원 흑자를 내던 한전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이다. 환율변동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연료비와 원자재가격이 50% 이상 오르는데 전기요금 인상은 과도하게 억제됐던 탓이다. 이러면서 2008년 5234억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2조3766억원으로 4.5배 증가했으며, 부채비율도 85.4%에서 177.1%로 배 이상 치솟았다.부채비율은 2008년 85.4%에서 지난해 177.1%로 배 이상 치솟았다. 오죽하면 감사원까지 나서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지적할 정도였다.

지난 정권 때 6000억원이던 자본금을 2조원으로 증액해주며 희토류 등 해외광산개발을 독려했던 광물자원공사는 별 성과 없이 재무구조만 나빠졌다.

해외광산 투자로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또 다른 광산에 입찰참여를 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자본금을 증액한 것이다.

부채가 141조원에 달하는 LH의 경우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국민임대주택 건설 및 유지 등으로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임대 주택을 한 가구 지을 때마다 금융부채가 6700만원씩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H가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 물량은 63만가구이며 이 임대주택의 시가는 54조원이다.

LH 관계자는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30년 임대기간 처분이 불가능하다"면서 "LH의 경우 국민임대주택 재고물량이 증가하는 한 부채증가가 불가피한 사업구조"라고 전했다.

K-water의 경우에도 이명박정권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을 시행하면서 2010년 7조원 수준이던 부채가 12조3351억원, 오는 2017년에는 16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현재 14조원에 이르고 있는 코레일의 부채도 철도청 시절 KTX 건설사업에 들어간 정부부채가 공기업으로 전환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사업 등을 수행하면서 적자가 더 늘었다.

■공공기관 "우리가 무슨 잘못을…"

대통령을 포함,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연이어 질타하자 공공기관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인력구조조정 등 방만경영을 질타하면서 또 한쪽에서는 고졸채용을 독려하는 등 공기업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관계자는 "국책사업 추진과정에 수반되는 부채를 정부대신 공공기관이 떠안았는데 이제 와서 정부가 심판자 역할을 자처하며 정책에 대한 책임을 마녀사냥식으로 공공기관에만 전가하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관련 공기업 관계자는 "요즘 사업비를 줄이고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등 회의가 잦다"며 "성과급, 복리후생 등 대부분은 경영평가와 예산당국의 지침에 의해 진행되는 것" "개별 공기업 입맛대로 늘이고 줄이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공기업 개혁의 우선순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영신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부채증가 책임, 도덕덕 해이뿐만 아니라 정부 국책사업 수행과정에서 삼각관계가 형성돼 있다. 정부, 정치인, 공기업이 암묵적으로 공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다. 그래서 공기업 개혁이 쉽지 않다"며 "공기업 개혁의 관건은 결국 인사의 정치적 독립성"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은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기업이 아니다. 식량안보, 에너지안보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시적으로 적자를 볼 수도 있고 부채비율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난 정부 때는 즉흥적으로, 성과내기식으로 진행됐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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