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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13’ 프로젝트] (4부·6) “생물학 이미 세계적 수준.. 면역학은 ‘미지의 땅’”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1 16:58

수정 2013.12.11 16:58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찰스 서 포스텍 교수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찰스 서 포스텍 교수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의 기초과학은 많이 성장했다. 생물학 등 일부 기초과학은 수준이 높지만 면역학 등 일부는 개척단계다."

"한국에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동적이다. 과학의 출발은 호기심에서 출발하고 이는 능동적일 때 발휘될 수 있다.

아마 한국 교육의 문제일 수도 있지요."

면역학 분야의 권위자인 찰스 서 포스텍 융합생명공학과 교수(기초과학연구원 면역 미생물 공생 연구단장). 서 교수의 이력만 보면 그는 한국의 대표 과학자로서 손색이 없다. 지난 1984년부터 116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2007년에는 호암 의학상을 수상했고, 2010년에는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기초과학연구원이 발표한 10명의 연구단장에 선정돼 현재 자가면역 질환의 열쇠를 풀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 포스텍(POSTECH) 연구실에서 기자를 만나 국내 면역학 개척자로서의 소회와 연구분야, 국내 과학계의 현실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면역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면역 체계란 무엇인지.

▲면역체계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세균 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했고, 우리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균들에 대해선 별로 공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몸에 같이 사는 세균이 일반 세포보다 10배 많다. 결국 우리 몸은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 다른 균과 함께 공생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외부 것이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결국 면역은 자기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는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면역체계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생기기 전에 지구에는 균밖에 없었다. 그 안에서 동물 등이 진화된 것이다. 즉, 단세포 조직에서 다세포 조직으로 간 것이다. 따라서 면역체계는 두 가지와 관련이 있다. 하나는 외부의 미생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사람의 몸을 지켜주는 역할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균들과 공생을 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체계 연구가 왜 중요한지.

▲과거 인간의 질병은 대부분 세균,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소아마비, 천연두 등이 다 그렇다. 이런 병들은 백신이 나오고 인간의 생활환경이 깨끗해지면서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유형의 모습을 보인다. 이제는 당뇨, 혈압, 심혈관질환, 알레르기, 동맥경화증 , 알츠하이머 등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과 무관한 병들이 발생하고 있다. 요즈음 사람들이 자주 걸리는 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이것이 면역과 상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구분야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즉 지금 우리가 연구하는 건 대체 면역체계 속에 있는 어떤 점 때문에 과거 인류와 현재 인류가 서로 다른 질병으로 고통받는지를 알아내려고 하는 거다.

―연구방법이 굉장히 까다로울 것 같은데.

▲쥐들을 갖고 실험을 한다. 새로운 쥐를 길렀다. 쥐를 세 종류로 나눠 비교하고 있다. 보통쥐와 무균쥐, 또 무항원 쥐로 나눴다. 결국 세균, 음식이 면역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다. 음식의 경우는 균이 들어있지 않는 것을 만들어 제공한다. 이런 실험실은 전 세계에 여기밖에 없다. 30여년 전에 외국에서 무균 쥐를 만들어 실험을 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포기했다. 내가 이를 다시 이어받아 연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면역 연구라는 게 펀딩이 필요한 분야다. 평소에 하고 싶은 연구였는데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부분을 적극 지원해준다고 해서 이곳에서 연구를 하게 됐다.

―한국과 미국의 연구 풍토는 어떻게 다른가.

▲사실 미국이 연구하기는 편하다. 그 이유는 커뮤니티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즉 학문 간 교류가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20여년 전이면 당연히 미국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발달해 어디가 좋다라든지 이런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재 포스텍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연구하는 것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

―국내 기초과학의 수준은.

▲일괄되게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 분야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물학 등 일부 분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왔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면역학은 거의 시작단계다. 면역 전문학과가 있지도 않다. 이유는 면역 분야가 과거 의사들 중심으로 연구됐기 때문이다. 면역을 공부하려면 생물학, 화학, 유전자학 등을 공부해야 한다. 때문에 어렵고 도전자들도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과학을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한국 학생들은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 과학자는 수동적이어서는 안된다. 과학자는 호기심이 많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문이 생겨야 하고 정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것이 과학이다. 호기심, 질문, 결과를 만들어 내려면 능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굉장히 능동적이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질 때도 많다. 한국 교육이 문제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부모는 자녀들의 조언자 역할만 한다. 모든 선택은 자녀들이 직접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것이 한국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연구팀 구성은 어떻게.

▲현재 그룹 리더를 선발했다. 예전부터 면역과 음식의 상관관계 등을 연구했던 분이 그룹 리더로 올 것이다. 또 일본에서 부교수로 한 명이 더 합류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조교수가 초빙됐으며, 내년에 호주에서 한 명 더 합류할 것이다. 미국에서 오는 교수는 한국계가 아닌 완전히 미국 사람이다. 외국에서 교수들을 뽑는 것은 연구단을 국제적으로 만들고 싶다. 한국 학생들에게도 다국적 연구단에서 연구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연구 성과는 나오고 있나.

▲4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내년 초에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벨상 13’ 프로젝트] (4부·6) “생물학 이미 세계적 수준.. 면역학은 ‘미지의 땅’”



■찰스 서단장은.. 노벨상 4명 배출한 스크립스 연구소 출신… T세포 1% 살아 외부침입 막아내는 사실 첫 발견

찰스 서 포스텍 교수는 11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UC샌디에이고에서 화학을 공부했으며 UC데이비스에서 면역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박사 공부를 하면서 10여편의 주목할 만한 논문을 썼고 그 결과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들어갔다.

스크립스 연구소는 세계 최대의 비영리 민간 생물공학연구소로 노벨상 수상자를 4명 배출했다. 특히 면역학 분야에서 브루스 보이틀러 박사 등 2명의 수상자를 내 '세계 면역학의 성지'로 통한다.

서 교수는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 선임연구원, 조교수, 정교수를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포스텍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 교수는 흉선(심장 위에 있는 작은 장기)에서 만들어진 T세포 중 99%가 죽고 1%만이 살아 남아 외부 침입자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특히 1984년부터 지금까지 116편 이상의 논문 실적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에 선정됐다.

당시 세포성 면역 관련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멜버른 대학의 피터 도허티 교수로부터 추천을 받아 화제가 됐다.

특별취재팀 윤정남 팀장 김경수 정명진 임광복 이병철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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