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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기업도 재해경감활동 나설 때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2 17:32

수정 2014.10.30 20:55

[차관칼럼] 기업도 재해경감활동 나설 때

지난 2007년 7월 일본 니가타현 지진 여파로 한 협력회사가 부품공급을 못하게 되자 도요타, 혼다, 닛산 등 3대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한 12개사가 3~4일간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약 12만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천재지변, 해킹, 테러나 전쟁, 화재 등으로 기업의 핵심 데이터나 시설이 파괴됐을 때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얼마나 신속하게 정상적인 업무로 복귀하느냐는 기업 생존에 결정적인 요소이다.

기업재해 경감활동은 기업이 재난으로 업무중단 시 핵심 기능을 조기에 복구하여 비즈니스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활동(BCM)으로 기업경영과 재난관리를 융합하여 환경경영체계, 품질경영체계 등과 같은 연속성경영체계를 기업에 구축, 관리토록 하는 기업 리스크 재난관리 서비스 개념이다. BCM은 이제 단지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와 공공기관 및 기업들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BCM은 기업 자체만의 재난관리대책이 아니다. 각종 법령 및 정부정책으로 정하는 기준, 위험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 거래 상대 측의 요구 등을 포괄적으로 반영하고 기업이 보장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을 정하여 이에 대해 업무연속성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슈퍼태풍의 한반도 상륙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재난에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대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태풍 '매미'(2003년) 때 태풍해일로 부산 강서구에서는 녹산국가산업단지 가동업체 771개 중 338개(43%) 업체에서 57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더욱이 최근 10년(2002~2012년)간 자연재해로 1만4000여개 중소기업에서 1조4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업체당 평균 1억원의 피해를 본 셈이다.

이는 재난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경제적 손실.폐업 등 피해가 큼에도 불구하고 관리능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국내 은행, 보험업을 중심으로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BCM이 활성화되고 있고 삼성 등 일부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이러한 위기상황 대비계획이 전무한 정도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재난피해를 줄이기 위한 BCM 수립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미 정부에선 BCM 도입을 위해 2010년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재해경감활동계획 수립 및 이행, 우수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바 있다.

한편 기업재난관리 관련 국제표준(ISO22301) 제정으로 국제무역거래 전제조건으로 BCM 수립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무역장벽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일부 공기업들은 효율적인 기업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이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와 남부발전이 사업연속성관리시스템(BCM) 국제인증인 ISO22301을 취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재해경감활동계획 수립·이행에 관한 기업 재난관리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이를 수행할 전문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대학에 기업재난관리 특성화대학원을 설치하고 전문교육기관을 지정하는 등 기업재해경감활동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중소기업의 재해경감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BCM 수립.이행을 위한 전문인력 교육기관 9곳을 지정하였고 이달 중 시범교육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력양성에 나선다.
이를 통해 기업 재해경감활동계획 수립, 이행, 우수기업 인증 등을 위해 향후 5년(2015~2019년)간 약 38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재난관리와 위기관리 없이는 아무리 건실한 기업도 재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항상 준비하고 대비하는 업무연속성 계획인 재해경감활동에 관심을 갖고 기업의 생존유지 차원에서 역량을 발휘할 시점이다.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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