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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대인에겐 너무나 소박했던 바다

위대한 고대인에겐 너무나 소박했던 바다

스마트폰 없이는 몇 시간을 못 버티는 요즘 사람들에게 망망대해 뗏목 위에서 노 하나로 길을 찾아보라는 미션은, 젖먹이 아이더러 혼자 방문을 열고 볼일을 보라는 주문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대 인류는 달랐다. 뗏목과 카누를 타고 나침판도 없이 노 하나만 붙들고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수천 킬로미터를 누볐으니, 대체 이 대범함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인류 최초의 장기 항해 시점을 5만5000여년 전이라고 본다. 뛰어난 항해가이자 식민지 개척자 집단으로는 기원전 1200년께 활약한 라피타인을 꼽는다. 이들은 오세아니아 근해에서 동쪽으로 피지, 사모아, 통가, 바누아투 등 폴리네시아 전역의 무인도를 개척했다.

2차 대항해는 1000∼1300년쯤 폴리네시아인이 주도했다. 돛을 단 카누를 타고 북쪽 하와이제도에서 남쪽 뉴질랜드까지 4000㎞ 이상 항해했다. 이들이 남아메리카까지 진출했다는 증거도 있다. 칠레 해안 유적지에서 발견된 닭뼈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통가, 피지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변변한 도구 하나 없이 그 장대한 항해가 가능했던 이유는, 일단 고대인들의 풍부한 해양 지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쪽으로 떠날 때는 무역풍이 잦아드는 시기를 활용했고, 나갔다가 돌아올 때는 무역풍의 맞바람을 탔다. 안정성과 속도를 모두 충족시키는 선박 형태를 고안해냈으며, 해와 별의 위치를 통해 방위를 찾으면서 배가 나아갈 방향을 알아냈다.

거센 파도를 헤치며 바다를 가로지른 고대인들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땅을 찾아 양질의 자원을 후손에 물려주겠다는 포부, 우리 부족이 갖지 못한 물건과 바다 건너 그들이 가진 물건과의 교환욕구 등에 따른 것이다.
태평양과 카리브해로 둘러싸인 고대 마야인들은 소라고둥과 가시국화조개를 성스러운 물건으로 여겼다. 이 가시국화조개는 기원전 3000년경 발사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남아메리카에서 태평양을 가로질러 멕시코 서부 해안까지 이동했고, 이 뗏목은 다시 멕시코 중부의 흑요석, 북아메리카 남서부 터키석을 싣고 돌아왔다. 돛을 단 튼튼한 선박으로 본격적인 대항해 시대가 열리기 전, 광대하면서도 소박한 바다를 누빈 고대인들의 멋이 한껏 느껴지는 책이다.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