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인사 불안, 일이 제대로 되겠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3 18:00

수정 2014.07.03 18:00

[여의나루] 인사 불안, 일이 제대로 되겠나?

과거보다 정부의 역할이 작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부 정책은 기업과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 생산성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정부는 국가 발전을 위해 부단하게 정책 개선을 추진한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 개선은 빠를수록 좋다. 규제완화 결정이 6개월 늦어지면 기업의 투자는 그만큼 늦어진다. 기업에 시간은 돈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말로 기업투자를 독려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 결정을 신속히 해줘야 한다.

정부가 정책 결정을 신속히 하려면 공무원들이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요즈음 정부의 분위기를 보면 일이 제대로 되는지 걱정된다. 공무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 불안이다. 최근 많은 부처가 개각으로 장관이 교체될 예정이다. 그런 부처 직원들이 차분히 업무에 집중할 리 없다.

이에 더해 인사청문회 등의 문제가 없는 정부 주요 인사도 많은 자리가 공석으로 있다. 중앙정부 10여개 부처의 경우 20여개 실·국장이 공석으로 있다.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많은 자리가 공석으로 있다. 예컨대 규제개혁을 총괄하는 규제조정실장과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수개월째 비어 있다. 신속한 인사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우려된다. 적재적소 인사 못지않게 신속한 인사는 정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하겠지만 인사 문제가 결정 안 되면 일손이 안 잡힌다. 보직이 바뀌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안 해도 되는데 그 일에 집중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늑장 인사는 그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다. 즉 비어 있는 보직의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의 일까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어떤 부처의 1급 실장과 국장급 자리가 공석일 경우 그 부서 전체 공무원의 일손이 안 잡힌다. 즉 고참 국장이 1급 자리로 승진하면 국장급 연쇄 이동이 일어난다. 그 결과 고참 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하면 과장급 연쇄 이동이 일어난다. 이런 과정으로 많은 공무원의 보직 이동이 일어난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을 열심히 할 리가 없다. 실·국장 등 중간간부의 인사도 영향이 큰 데 기관장일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국가 개조와 같은 막중한 업무 추진은커녕 근무기강도 느슨해질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많은 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가 장관을 비롯한 고위층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인사 불안까지 겹치면 일이 제대로 되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대통령을 포함해 인사권자는 다른 업무보다 우선적으로 시간을 할애해 인사 결정을 신속히 해야 한다. 둘째, 청와대는 부처의 인사권을 과감히 관계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인사 대상자의 검증 작업을 명분으로 청와대가 각 부처의 간부 인사까지 실질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공직기강 차원의 검증은 사전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신속하게 검증 결과를 통보해주면 될 것이다. 각 조직의 인사는 실제 사람을 가장 잘 알고 업무성과에 책임을 지는 그 조직의 장이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청와대가 조직의 장보다 사람을 더 잘 알 리가 없다. 장관이 인사권이 없는데 영(令)이 제대로 설 리 없다. 실질적으로 장관에게 인사권이 있으면 그렇게 인사를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다. 장관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갖는 한 모든 사람이 청와대만 쳐다보고 청와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최근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한다고 한다. 주요 인재의 발굴과 철저한 인사검증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인사권이 청와대에 집중되고 인사가 지연되는 잘못은 없기를 바란다. 국가 개조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정부 생산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인사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최 종 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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