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중간선거] 쌀쌀한 체감경기에 등 돌린 표심.. 세계경제 '긴장'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04 17:25

수정 2014.11.04 22:08

[미국 중간선거] 쌀쌀한 체감경기에 등 돌린 표심.. 세계경제 '긴장'

【 서울.로스앤젤레스=정상균 기자 진희정 특파원】 한국시간 5일 결과가 나오는 미국 중간선거에 세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공화당이 하원에 이어 집권 민주당을 밀어내고 상원까지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잔여 임기 2년간 극심한 레임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안) 등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 격변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이다.

연준의 무제한 돈풀기, 즉 양적완화(QE) 정책에 부정적이던 공화당은 기준금리 조기 인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미국의 빠른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고 한국을 포함한 주요 신흥국 자금의 미국 유입을 더욱 강하게 촉발할 수 있다. 다만 주식시장에는 공화당 승리가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공화당의 친기업적 성향을 고려할 때 에너지, 금융, 방위산업 분야가 수혜를 볼 것이란 관측이다.

■경기 체감도가 표심 갈라

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경제회복 호재로 표심을 잡지 못한 민주당이 반오바마 정서를 앞세운 공화당에 밀릴 것으로 예측됐다.

표심은 미국 경기회복 체감도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일단 눈에 보이는 미국 경제지표는 좋다. 우선 연준이 최우선으로 관리한 실업률은 좋아졌다. 2009년 10월 최고치인 10%에서 지난 9월 5.9%까지 떨어졌다. 옐런 의장은 지난달 29일 QE 종료를 선언하면서 "일자리 증가가 확연해지고 실업률이 감소하는 등 노동 시장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경제성장 종합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로 상승했다. 예상치(3.1%)를 뛰어넘는 수치다. TD증권의 밀란 멀레인은 "올 연말까지 미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재정적자도 4800억달러(2014회계연도 기준)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미국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찍고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발빠른 QE 정책과 셰일가스 호황 덕분이다.

하지만 오바마정부의 지지율은 이런 경제지표와 따로 가고 있다. 공화당은 이 점을 집중 부각했다. 실질임금은 제자리에 있고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고 역공에 나섰다. 실제 지난 2010년 이후 새 일자리의 44%가 비정규직이었다. 공화당은 "어려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며 오바마정부의 실책을 내세워 승기 굳히기에 들어갔다.

■'오바마 정책' 견제 커질 듯

여론조사 결과처럼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 오바마정부는 남은 집권 2년 동안 정책집행 동력을 상당부분 잃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민개혁법, 대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 금지 입법, 기업세제 개혁, 최저임금 인상 등 상당수 오바마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화당의 거센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이번 중간선거는 2016년 대선 판도에 중요한 가늠자이기 때문에 민주당 재집권도 어려울 수 있다. 접전지역 유세를 책임진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월가에선 공화당이 장악하면 '금융시장에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고 했다. 공화당이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증시에는 중간선거가 호재다. 역대 중간선거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가수익률은 대부분 올랐기 때문. S&P캐피털IQ의 수석 증권전략가 샘 스토벌은 "지난 1945년 이후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의회 다수석을 공화당이 차지했을 때 S&P500지수 기준으로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고 했다.

'막판 뒤집기'에 총력을 다한 민주당과 백악관은 "중간선거가 끝나도 개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외교.안보라인 교체없이 기존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공화당은 이슬람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오바마의 외교안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현재로선 과거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관료를 경질했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 참패가 현실화된다면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과 관계 장관들이 상당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상원 장악' 전망

공화당은 현 의석을 지키면서 민주당 의석 중 6석 이상만 가져오면 다수당이 된다. 접전지는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주 등이다. 이 같은 접전 지역을 공화당이 '접수'하면 공화당은 상원에서 과반, 즉 51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상원 100석 중 민주당은 55석, 공화당은 45석이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2006년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때 민주당이 양원을 차지한 이래 8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미국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70~90%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승리 확률을 77%로 예측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허핑턴포스트는 각각 65%와 53%로 공화당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ABC방송 조사에선 응답자의 40%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2009년 취임 이후 가장 낮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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