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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기업메시징 시장, 규제보단 판 키워야

[특별기고] 기업메시징 시장, 규제보단 판 키워야

우리가 평소 물건을 사거나 음식 등을 먹은 뒤 신용카드를 긁으면 휴대폰으로 거래내역 승인문자가 오는 걸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로 기업메시징 서비스다. 중계사업자가 주로 은행이나 카드사 등의 기업고객을 대신해 개인 고객에게 대량 문자메시지를 발송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를 말한다. 1998년 시장이 처음 만들어진 이후 20년 가까이 흐르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기업메시징 시장은 현재 KT와 LG U+, SK브로드밴드 등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인포뱅크 등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사업자 간의 경쟁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서비스 개발 및 투자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가서비스 영역 확대는 물론 새로운 시장 창출 등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시장 초기만 해도 단순히 단문메시지(SMS) 전달에 그쳤던 시장 형태가 이젠 장문메시지(LMS), 멀티미디어메시지(MMS)로 발전하고 있다. 초기만 해도 100억원 미만이던 시장 규모도 해마다 커지더니 올해는 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분석기관인 KRG에 따르면 LG U+와 KT, 인포뱅크, SK브로드밴드 같은 대기업, 중견기업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요즘 이 기업메시징 시장이 뒤숭숭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KT와 LG U+에 대해 제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제재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들이 20년 가까이 어렵게 키우고 일궈온 기업메시징 시장에 다음카카오가 최근 뛰어들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개인 문자수요를 순식간에 대체한 카카오는 지난 8월 기업메시징과 같은 서비스인 '옐로우 아이디'를 출시, 1300개 업체와 계약하는 등 시장을 빠르게 확장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포뱅크 같은 중견기업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이동통신사 매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정위는 KT와 LG U+에 대한 제재에만 혈안이 돼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통사에 대한 근시안적 규제보다는 동태적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지금이라도 중장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인위적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래야 기업메시징 시장의 판이 더 커질 수 있고 쑥쑥 커가는 성장의 과실도 모두가 골고루, 더 많이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무조건적 규제만이 능사가 아닌 진정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생태계 구축 논의를 시작하는 등의 해법 제시도 정책당국의 분명한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 툴루즈1대학 교수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티롤 교수는 공급업자에 대한 정부 규제는 일괄적 규제보다는 시장과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면서 통신시장에 대한 가격 규제는 전통시장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ICT 시장 규제에 대해 정부는 진지하게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김석동 호서대 IT융합기술학부 모바일소프트웨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