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이민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내놓은 '이민 확대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50년대 후반부터 1% 미만으로 추락할 걸로 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오는 2040년 총 인구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56%로 떨어진다. 일하는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부양한다는 얘기다. 경제활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구재앙을 피하는 길은 두 가지다. 출산율을 높이든가, 이민을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출산율은 추세적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200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조금 높아지는 듯하더니 4년 만에 다시 꺾였다. 현상 유지에 필요한 2.1명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도 소용이 없다. 아이 유치원을 잡지 못해 쩔쩔매는 엄마들에게 둘째 아이는 언감생심이다.
대안은 이민 확대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에 이민을 권장한다. 이달 초 발표한 '2014 국제이주보고서'는 독일 사례에 주목한다. 지난해 독일에 정착한 이민자는 45만명으로, 최근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 숫자는 OECD 34개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잘 알려진 대로 독일 경제는 유럽에서 성장률은 가장 높고, 실업률은 가장 낮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민자는 곧 자산"이라며 "숙련 이민자를 받아들이면 국가와 국민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민대국' 미국이 금융위기 수렁에서 신속히 빠져나온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선진국 중 출산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대 500만명의 불법체류자를 구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또한 노동시장과 경제엔 긍정적이다.
우린 어떤가. 재계는 다급하지만 정부는 굼뜨다. 한경연 보고서는 2017년 이후 생산가능인구를 유지하려면 2020년까지 60만명, 2030년까지 427만명, 2050년까지 1182만명, 2060년까지 1530만명의 이민자 유입(누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의 이민정책은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관 업무는 법무부, 외교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으로 분산돼 체계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노무현정부 때 저출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와 현 정부는 손을 놓은 모습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민청 설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웃 일본은 반면교사다. 지난해 일본이 받아들인 이민자 수는 우리보다 적다. 늙은 일본이 '아시아의 병자'로 전락한 또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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