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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책 필요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15 17:52

수정 2014.12.15 17:52

[기자수첩]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책 필요

유럽 국가 중 유독 영어가 잘 안 통하는 국가 중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프랑스다. 그런 프랑스에서 누구든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프랑스의 디지털 영상문화 클러스터인 '유라테크놀로지'였다. 이곳은 변화를 싫어하고 느리게 살아가는 기존의 프랑스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 위치한 이 클러스터는 한때 방직공장이었다. 그러나 섬유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서 공장이 문을 닫자 다량의 실업자가 양산되고 지역 경제가 휘청거렸다. 민관은 힘을 모아 새로운 지역산업으로 디지털영상과 관련한 클러스터를 만들어 수많은 스타트업을 모아 과거를 버리고 혁신을 이뤄냈다.
이곳은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들의 기술이나 전략, 재정상황에 대해 컨설팅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반적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은 이유였다. 모든 스타트업은 이미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성장해 해외업체와 합작하거나 해외진출 사례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

최근 스타트업 육성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공통적 현상이다. 그러나 기존 실리콘밸리가 아닌 이 같은 유럽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오던 구글 벤처스는 유럽 벤처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1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데이비드 드러먼드 구글 수석부사장은 "전 세계를 돌아봐도 유럽만큼 스타트업 클러스터가 잘 조성된 곳은 없다"며 "이런 생태계 속에서 위대한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도 "이런 움직임은 유럽이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본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존 IT 강국이던 우리나라가 스타트업 기업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다면 그 본거지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도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릴에서 만난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클러스터와 비교할 때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지금은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릴과 같이 홍보, 해외진출, 투자유치 등 창업 후 단계별로 스타트업 지원책을 세분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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