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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총리직을 이렇게 흔들어도 되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16 17:22

수정 2015.04.16 22:16

'개인 이완구'는 못마땅해도 '대통령 권한대행' 존중해야
야당이 이완구 총리 해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6일 "(이 총리가) 계속 자리에서 버티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사퇴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이날 문 대표와 이 총리는 같은 곳을 찾았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각각 경기도 안산의 합동분향소에 들렀다. 하지만 이 총리는 유족들의 거센 항의 속에 조문조차 못 하고 발길을 돌렸다.

국회에서 야당은 이 총리를 '식물총리'로 격하시켰다. 이미 국정 2인자로서 이 총리의 위신은 깎일 대로 깎였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총리가 온갖 의혹에 휩싸였으니 당장 사퇴하는 게 옳은가. 아니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자리를 유지하는 게 옳은가. 당연히 유지하는 게 맞다. 의혹만으로 국회가 본회의에서 인준한 총리를 물러나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더구나 의혹을 제기한 성완종씨는 추정컨대 이 총리를 원망하며 목숨을 끊었다. 그런 사람이 이 총리에 대해 좋게 말했을 리가 없다. 이 총리 말이 다 맞고 성씨 말이 모두 틀리다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은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차분히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출국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났다. 단독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김 대표가 전한 당내외 의견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27일까지 국정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은 이 총리가 진다. 지금 이 총리를 사퇴.해임 압박으로 흔들어대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일인지 의문이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도록 했다. 총리는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남북한은 24시간 총구를 겨누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아무리 '개인 이완구'가 마땅찮아도 '총리 이완구'는 존중받을 합당한 이유가 있다.

김무성 대표는 16일 야당의 해임건의안 카드에 대해 "내가 고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지금 어떻게 되느냐, 이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로서 의당 그래야 한다. 국정은 장난이 아니다. 대통령 부재 시 총리까지 사퇴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야당에선 탄핵 주장까지 나왔다. 너무 성급하다. 지금은 사실 관계를 밝히는 게 먼저다. 책임을 묻는 것은 그 다음이다. 이 총리는 "나부터 수사를 받겠다"고 공언했다. 검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국정 혼란을 정비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표에게 당부한다.

문 대표는 노무현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누구보다 안정적인 국가 경영의 중요성을 체감했으리라 믿는다. 적어도 대통령 부재 시 총리를 흔들어 국정공백을 초래하는 행동만은 자제했으면 한다.
대권 재수를 꿈꾸는 문 대표의 통 큰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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