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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이번엔 다를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4.22 17:44

수정 2015.04.22 17:44

[fn논단] 이번엔 다를까?

"그만 절판하고 책방에서 거둬들이려고 할 때마다 매번 다시 거품경제 등 투기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1929년 월스트리트의 주가 대폭락 사태를 재구성한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저서 '대폭락 1929(The Great Crash 1929)'는 1954년 첫선을 보인 이후 반세기 넘는 오랜 세월에도 많은 투자자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책머리에서 그는 책을 절판하고 싶어도 주식투기, 증시붕괴 등 본질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해 책의 생명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금융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제임스 그랜트는 "과학과 기술은 크게 진보했지만 금융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인간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투기의 성격도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뜨겁다.
이에 힘입어 펀드 투자를 문의해오는 개인투자자들도 급격히 늘었다. 특히 중국주식펀드로의 자금 집중이 예사롭지 않다. 올 들어 해외펀드가 총 3조8000억원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1조8200억원이 중국주식펀드로 몰렸다(4월 17일 현재·KG제로인). 이는 중국 주가가 급등하며 다른 나라 주가상승폭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와 고수익을 노리는 단기 투자에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경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조정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모처럼 찾아온 투자시장의 상승세를 마냥 기쁜 마음으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것은 금융위기 이전 중국주식펀드의 기억 때문이다. "영어에서 가장 비싼 네 단어는 '이번엔 달라(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존 템플턴 경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

1%대로 내려앉은 초저금리 시대, 우리 국민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라도 투자시장이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투자시장의 봄바람이 거품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국민의 노후자산을 살찌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금융회사는 단기 시장 전망에 의존해 특정 국가의 펀드를 집중적으로 발매하거나 판매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가 상승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국가의 펀드보다는 여러 국가나 지역, 자산 등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고수익보다는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걸친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 둘째, 정부 당국은 우리 국민들이 투자시장을 통해 노후자산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세제 및 각종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가계자산이 부동산 등에 지나치게 몰려 있는 데다 금융자산 역시 저금리의 현금성 자산에 잠들어 있는 실정이다. 이를 깨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 내보내 자산이 축적될 수 있는 새로운 자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셋째, 투자자 역시 과거의 역사적 교훈을 되살려 지나친 집중투자를 피하고 장기 분산투자의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
단기적인 고수익을 노린 투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노후준비 등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투자시장의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한 걸음 전진할 수 있길 기대한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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