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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LIG 사기성CP로 본 손실, 부도가능성 설명했다면 증권사 책임없어"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CP)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증권사가 대법원 판결로 책임을 벗게 됐다. CP를 구입한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로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은데다, 증권사가 부도위험성과 원금손실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것이 판결이유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김모씨와 안모씨가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1부는 "원고들을 대리해 신탁계약을 체결한 정모씨는 금융기관에 오래 근무했고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융상품투자 전문가"라며 "NH증권의 직원이 LIG건설의 부도위험과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고 LIG건설의 신용평가서까지 교부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같이 판결했다.

김씨 등은 2010년 10∼11월 친척인 정모씨를 대리인으로 세워 LIG건설이 발행한 CP에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투자했다. 정씨는 한국산업은행과 성업공사(현 자산관리공사)에 30년간 근무했고 각종 CP와 회사채 등에 투자 경험이 많은 전문가였다.

정씨는 우리투자증권 이모 부장의 권유로 2010년 10월 김씨를 대리해 2억원을, 그 다음달에는 안모(84·여)씨의 돈 1억원을 각각 LIG건설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신탁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등으로 경영 악화를 겪던 LIG건설은 2011년 3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투자 만기 원리금이 회생계획 인가시까지 유예되자, 김씨 등은 손해를 보게 됐고 이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LIG그룹 차원의 LIG건설 지원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였는데도 NH투자증권이 설명자료 등에 그룹의 지원가능성을 부각하는 등 일반 투자자 처지에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자설명을 왜곡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다만 정씨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았던 점 등을 고려해 1심은 NH투자증권의 책임을 60%로, 2심은 30%로 한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씨가 주식과 펀드 등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온 전문가이고, 증권사 측이 LIG건설 CP의 신용등급과 함께 부도 위험 등을 설명했기 때문에 손실가능성도 충분히 알렸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특히 LIG건설의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투자 설명서에 긍정적 요인이 부각된 것만으로 설명의무를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이날 판결은 LIG건설 사기성 CP를 판매한 증권사의 책임에 대한 첫 번째 판결로, 증권사의 설명 수준과 함께 투자자의 전문성 수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 있음을 제시한 판결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