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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더이상 '코너'로 몰지 말자"

그리스 채무협상 재개… 12일까지 9억7000만유로 상환해야
모간스탠리 부회장 "그리스 많은 노력·희생 치렀다"
그리스, 지출 30% 줄였지만 오히려 불황 심화
채무액 탕감·상환기간 연장 등 과감한 조치 필요
구제금융 추가 지원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그리스 채무협상이 4일(이하 현지시간) 재개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밝힌 1차 데드라인(9일)이 임박하면서 이번 주 중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될 지 주목된다. 그리스와 국제채권단 양쪽 입장은 여전히 맞서고 있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6일 2억유로(약 2430억원), 12일 7억7000만유로(약 9193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IMF 등 국제 채권단과 이달 중에 합의를 목표로 재협상에 들어간다. 앞서 지난 주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실무단과 그리스가 협상했다. 하지만 그리스 개혁안이 미흡하다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협상은 불발로 끝났다.

다만 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그전보다 높다. 외신들은 협상에 참여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와 (지난주 유로그룹과)협상은 고무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그리스 정부 측도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이달 중에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 2차 데드라인은 유로그룹 정례회의가 열리는 11일이다. 이때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는 더 높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스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국가 채무를 자력으로 갚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는데, 더이상 '코너'로 몰지 말자는 것이다. 채무의 상당액을 탕감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는 정부 지출을 30% 가까이 줄였지만, 긴축효과는 커녕 불황은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IMF 유럽국장(2011~2014년)으로 일했던 레자 모가담 모간스탠리 부회장은 FT를 통해 "그리스는 이미 많은 노력과 희생을 치렀다. 하지만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며 긴축재정의 성과가 거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의 GDP 대비 국가채무 규모는 지난해 177.1%로 2012년(156.9%)보다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GDP(1791억유로)가 2009년(2374억 유로)보다 25%나 줄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국고가 텅 빈 그리스에게 기초재정수지(국채 원리금 상환을 제외한 재정수지) 흑자를 GDP의 4.5%로 대폭 늘리라는 비현실적이자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민간 채권자는 손해를 전혀 분담하지 않기 위해 그리스가 채무 전액을 갚도록 요구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도 일부 투자 책임을 져야하는데, 그리스 문제에선 이런 경제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 지출은 지난해 884억유로로 구제금융 직전인 2009년(1247억유로)보다 29% 감소했다. 재정적자 규모도 지난해 3.5%로 3년 전에 비해 3분의1로 줄었다. 임금은 25%이상 삭감됐고 소비지출도 40%이상 급감했다. 그런데도 그리스 채무는 지난해 3171억유로로 2011년(3560억유로)보다 고작 11% 줄었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은 4일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앉는다. 회담은 6일까지 이어지는데, 쟁점에서 이견이 여전하다.

채권단은 연금 삭감, 노동 개혁, 부가세율 인상, 공기업 민영화 등에서 더 높은 긴축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그리스가 디폴트 도발을 하지 않을 정도로 속도만 늦춰줬을 뿐이다. 치프라스 총리도 자신의 정치생명과 같은 재정 긴축의 한계선은 넘지 않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