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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유럽, 그리스 채무 원리금 삭감하라"

"디폴트 막기 위해선 헤어컷 필요하다"강조

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에 그리스 채무 원리금 삭감(헤어컷)을 주문했다. 헤어컷이 없으면 구제금융 자금지원을 중단하겠다고도 경고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관계자들을 인용해 IMF 유럽담당 책임자인 폴 톰슨이 지난달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톰슨 국장은 그리스 채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면서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한 헤어컷이 없으면 구제금융 마지막 집행분 72억유로 출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IMF는 이달 중 자금이 고갈되는 그리스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72억유로 구제금융의 절반을 담당한다. 그리스는 이 돈이 없으면 디폴트를 피할 수 없다.

그리스 채무 헤어컷을 완강히 거부했던 유럽으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IMF가 구제금융에서 손을 떼면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는데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국내 반대 여론을 잠재울 정치적 보루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이 그렇다.

유로존만이 아니라 IMF도 구제금융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반대를 누그러뜨려왔지만 IMF가 빠지면 논리에 구멍이 생기고,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IMF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가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헤어컷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톰슨 국장은 그리스의 올해 원리금 상환을 제외한 기초재정(primary budget)수지가 채권단이 목표로 제시한 국내총생산(GDP)의 3% 흑자가 아닌 최대 1.5%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이 상태로는 그리스가 파산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유로존 고위 관계자는 톰슨 국장이 회의 3시간 동안 헤어컷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IMF는 3년 전에도 그리스 구제금융에 참여하면서 헤어컷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리스 채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유로존이 원리금을 삭감해야 참여하겠다고 조건을 내걸었고, 유로존이 헤어컷을 시사한 뒤에야 참여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유로존은 한 번도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22년까지 GDP의 110%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그리스 채무를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면 원리금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식언으로 끝났다.

현재 그리스 채무는 GDP의 176%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해 1.7% 기초재정흑자를 기록한 그리스가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은 이자에 재정적자까지 겹쳐 3차 구제금융이 막대한 규모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72억유로 집행으로 일단 숨을 돌린다해도 3차 구제금융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유로존은 3차 구제금융 규모가 300억~500억유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올해 적자를 감안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일부에서도 비관전망이 나오고 있다.

삭소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틴 제이콥슨은 CNBC에 "결국 그리스의 종착지는 파산"이라면서 "지금 그리스 사태 당사자들은 그저 시간만 벌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