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초제 먹여 내연남 살해?... 대법 "증거 부족" 무죄취지 판결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7 08:43

수정 2015.05.27 08:43

불화 끝에 동거 중인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던 40대 내연녀에게 대법원이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49)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2부는 "유죄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고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면서 "원심은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하다지 않은 위법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1년부터 아들 친구의 아버지인 오모씨(59)와 내연관계를 이어오다 2013년 5월부터 오씨의 아파트에서 함께 동거해 왔다. 하지만 박씨의 남편은 아들의 결혼식을 이유로 이혼을 차일피일 미뤘고 이 때문에 오씨의 가족들은 두 사람의 교제를 극렬히 반대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두 사람의 관계도 금이 가게 됐고 오씨는 동생과 딸 등 주변사람들에게 "괴롭다"면서 "죽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3년 10월 25일 두 사람은 마지막을 만나 술을 마셨고 몇 시간 뒤 이 과정에서 오씨는 제초제를 마시고 숨졌다.

검찰은 정황상 박씨가 오씨의 술잔에 제초제를 섞어서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술병 등에서 찾아낸 지문을 유력한 증거로 박씨를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 역시 박씨가 오씨를 살해한 점을 인정,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동거하기 위해 오씨가 박씨 이름으로 구입했던 아파트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고, 오씨가 숨지기 직전 "자살할 생각으로 농약을 마신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오씨가 아파트 소유권을 박씨에게 넘겨주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의 범행동기가 뚜렷하지 않다고 판당했다. 또 사망 전 잠시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가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살인의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오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가족들에게 보내면서 "화장은 하지 말아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고, 제초제는 악취가 심해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100cc나 마실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오씨가 자살하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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