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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부종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7 16:23

수정 2015.06.17 16:23

임신 후 부종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주부 황모 씨(32)는 첫 아이를 임신한 이후로 거울을 볼 때마다 울적하다. 손발도 퉁퉁 부어 답답하고 피부가 팽창되는 느낌이다. 임신 후 어느 정도 붓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얼굴은 점점 옆으로 둥글어지고, 손발은 마치 동물의 발바닥을 연상시킬 정도로 퉁퉁해졌다.

먼저 출산한 친언니의 "임신했을 때 부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다 살로 가더라"는 말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임신 후 부종은 늘어난 체중과 과도하게 증가한 혈액량이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생긴다.
여성이 임신하면 태아를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혈액이 필요하다. 이때 평균 7~12㎏ 정도 체중이 늘어나며, 증가한 몸무게만큼 혈액량도 많아진다. 혈액을 만들려면 수분이 필요하고 이때 늘어난 수분 때문에 몸이 붓는다.

혈액은 임신 초기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 중기에는 평소보다 40% 정도 늘어난다. 고현주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임신 후기로 갈수록 부종이 심해진다"며 "임신 말기에는 출산에 대비해 몸에 수분을 비축하려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산모는 출산 시 태반이 떨어지는 과정에서 500㎖ 정도 하혈하며, 이때 과도한 출혈로 쇼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리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정맥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는 것도 부종의 원인이 된다. 다리나 발 등 하체 부위는 부종이 더 심한데, 배가 나올수록 신체 밑 부분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은 탓이다. 부종이 심해지면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거무스름해지는 정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임신 후 부종은 약 24주부터 손발, 아랫배 등이 붓기 시작해 점점 몸 전체로 악화된다. 중력의 영향으로 수분이 다리에 모이는 만큼 다리 부종이 가장 흔하다. 다리에 모인 수분은 누워서 잠을 잘 때 몸의 각 부분으로 이동하면서 아침에는 손목, 얼굴 등이 붓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목이 저리고 붓는 느낌이 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심한 경우 팔목 터널조직이 붓기도 한다.

가벼운 부종은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간단한 마사지나 다리를 높이 올리는 습관으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12년 첫 아기를 출산한 미국 팝가수 비욘세가 임신 당시 남편 제이 지가 밤마다 등을 마사지해줬다는 인터뷰는 수많은 임산부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한 자리에 앉거나 누워 있거나, 집안일에 매진하거나, 컴퓨터를 하게 되면 혈액순환이 어려워져 몸이 붓기 쉽다. 임신 말기에는 옆으로 누우면 혈액순환이 잘 이뤄져 부종이 줄어든다.

고현주 원장은 "부종을 없애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발을 높게 두는 것"이라며 "심장보다 다리를 높게 들면 혈액순환이 잘 이뤄져 부종이 줄어드는 만큼 자기 전 잠시 발을 들어주거나, 높은 베개에 발을 올리고 자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임신 후기에 접어들수록 몸이 무거워질수록 활동량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때 수영과 걷기 등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시행해야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 부기를 막을 수 있다.

족욕도 부종을 예방하는 좋은 습관이다. 잠들기 전 40도 정도 약간 뜨거운 물에 발목까지 담근 뒤 10~15분간 족욕한다. 이때 좋아하는 향의 입욕제나 목욕소금을 쓰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족욕 후에는 발바닥의 움푹 들어간 곳을 우드 마사저 등으로 눌러주면 혈액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다.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은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부종을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짜게 먹는 습관은 혈관 속 수분을 빼앗아가므로 지양해야 한다. 예컨대 조리가 끝난 음식에 간장, 소금 등을 따로 넣지 않는 게 좋다.

부종 예방에 좋은 식품 중 대표적인 게 '오이'다. 오이는 90% 이상이 수분으로 된 식품으로 신장 기능이 약해진 임신부에게 권할 만하다. 이와 함께 호박은 임신 중일 때뿐만 아니라 산후 부기를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호박은 원기를 북돋으며 부기를 관리해준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이 임신부 부종 등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채소, 생선, 콩류, 견과류, 통곡물 위주의 식단이 임신 중기부터 부종·단백뇨·고혈압·임신중독증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퀸즐랜드대와 네덜란드 바게닝겐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 지중해식 식단으로 식사해온 여성은 임신중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일반 여성보다 42% 적었다.

실제로 몸이 심하게 붓는 증상은 임신 중독증의 신호일 수 있다.
손목 안쪽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누른 자국이 계속 남아 있으면 부기가 심한 것이므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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