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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박차 가하는 정부..업체는 벅차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9 16:16

수정 2015.07.29 16:16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사업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새 은행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SW) 등 기술적 준비가 부족해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이 쉽지 않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이후 협업이 필요한 국내 은행들은 기존 은행업무를 유지하겠다며 유연하게 핀테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협업도 쉽지 않다는게 정보기술(IT) 업계의 주장이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전반적 준비가 덜 된 가운데, 금융당국의 속도내기가 자칫 요란한 빈수레가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기존 은행 시스템 적용?
29일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법 개정 이전에 시범 인가를 통해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연내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선 시스템 적용에서 조차 난관에 부딫히게 될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에 기존 금융 시스템을 적용하기는 어렵고, 새 시스템을 개발하자니 국내에서는 아직 능력이 못 미치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안을 강조한 국내 은행들의 종합정보화 시스템인 코어뱅킹은 여러 시스템계가 촘촘하게 연결돼 구축된 형태라 유연성이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볍고 신속한 처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시스템을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모바일뱅크 TF 윤호영 부사장은 "국내은행의 시스템은 여러 계가 물려있어 패널간 시스템이 굉장히 무겁다"며 "보안이 중요해 다수의 시스템이 연결돼 있는 터라 핀테크 서비스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은행 자체에서도 적용하기 귀찮아한다"고 말했다.
■SW 개발 능력도 못 따라줘
인터넷전문은행 구축을 위한 SW 개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같은 서비스를 만들어낼 국내 SW 업체가 드물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SK C&C 문용준 부장은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만들어지려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의 큰 은행들로선 시스템을 열어줄 방법이 없다"며 "오픈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지 부터 의문으로, 은행들로선 시스템 비용을 부담하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특히 SW 역량에서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부장은 "신용평가 모형 분석이 핀테크의 기본인데 국내 은행들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채 데이터 분석도 못하고 있다"며 "국내 스타트업도 신용평가 역량이 있을지 의문이다. 대출을 해주는 수준 외 SW 개발은 지지부진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엇갈린 시선
정부와 업계가 이해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간극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단순히 물리적 지점 설치가 아닌 채널을 바꾸는 은행이 인터넷은행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이 여전하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운영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모바일 기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빅데이터 기반으로 해서 분야별로 어떤 채널을 사용하고 영업적 기능과 모바일 기능을 어떻게 구현되는지 고심해야 한다는 충고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어뱅킹에서의 혁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인터넷은행 준비와 관련해 업계 상황과 해외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업방향은 큰 차이가 있다"며 "대면상담을 원하는 고객들로 인해 영업점이 없이는 IT(정보기술) 기업이라고 인터넷은행을 통한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다 유연한 사고 방식의 틀을 깨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IT·SW 개발자가 중심이 이끄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새로운 금융 시스템 개혁의 단초를 만들어 핀테크 저변을 넓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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