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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노동개혁 싫다면 노조는 빼고 가라

한노총, 노사정위 복귀 보류
정부 주도의 개혁 불가피해

노동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재가동이 무산됐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지난 18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 복귀를 선언하려 했으나 일부 산별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회의를 열지 못했다. 한노총의 중집위는 오는 26일로 연기됐다. 금속.화학노련 등 일부 강성노조 지도부는 저(低)성과자.근무불량자의 해고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 2개 쟁점을 노사정위 의제에서 완전히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을 위한 시간은 촉박한데 한노총 지도부는 내부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해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노총이 이러고서 노사정위에 복귀한들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노총은 지난 4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했다. 그래서 정부는 최근 한노총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2대 쟁점을 의제에는 포함시키되 중장기 과제로 돌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은 이를 잠정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경파 노조원들이 중재안을 걷어차버린 것이다.

조속히 노사정위를 재가동하고 노동개혁에 대한 타협안을 만들어 올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한노총의 어깃장으로 이런 구상은 큰 차질이 예상된다. 노동개혁의 추진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노사정이 타협을 도출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좋을 게 어디 있겠나. 하지만 되지도 않을 일에 헛된 기대를 갖고 마냥 기다리다간 개혁의 골든타임을 지나쳐버릴 것이란 지적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당연히 대기업.정규직의 기득권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조합원은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동학 혁신위원이 "10%의 노동조직이 우리 사회 상위 10%가 됐고 나머지 90% 노동자는 거대한 사각지대가 됐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자에게 개혁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사정위 재가동이 어렵다면 남는 것은 정부 주도의 개혁밖에 없다. 우리 노동개혁의 롤모델인 2003년 독일 하르츠개혁을 주도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정부도 독자적인 개혁안, 즉 '플랜 B'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9일 "노사정 대타협에 노력하되 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입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뜻이다.

오는 26일은 한노총이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결정할 마지노선이다. 정부도 더는 노조의 볼모가 돼선 안 되며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