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냉탕에서 온탕으로.. 투자자, 코스피로 이동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0 18:19

수정 2015.08.20 18:19

코스닥 주가하락 계속되자 중소형주 팔고 대형주 매입
코스피, 저평가·환율 매력 외국인 매도세가 상승 관건

냉탕에서 온탕으로.. 투자자, 코스피로 이동

아랫목(코스닥)이 차갑게 식자 증시 '윗목'(코스피)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기관이 꾸준히 사들이고 있고, 실적도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형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대형주가 시장을 이끄는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 장세가 재현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평가·환율 등 대형주 매력

1969∼1973년 미국 증시에서 가장 유행한 말은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였다. '멋진 50종목'이란 뜻의 이 유행어는 기관투자가가 증시를 주도했던 이른바 '기관화 장세'를 달리 표현한 말이다. 당시 기관은 증시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철저히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했다.
'멋진 50종목'이 바로 기관의 투자 대상이었다. 이들 50종목 주가는 시장 평균보다 갑절 이상 올랐다.

아직 '멋진 50종목' 같은 대형주는 없다. 그러나 머지않아 분위기가 바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커진 코스닥 대신 유가증권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면서 "원화 약세와 금리 상승 환경도 대형주에 다소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급환경도 달라졌다. 계절적으로 연초 배당 관련 인덱스 자금 유출과 유가 급등락, 그리스 사태 등으로 대형주가 약세를 보였으나 이후 매물 출회가 마무리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팔자'에 나섰던 투신은 이달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3559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기관도 8049억원 가량을 순매수 했다.

미국의 경우 니프티-피프티 종목의 독주가 가능했던 것은 기관 덕분이었다. 기관이 대형주를 산 배경에는 실적과 재료가 있었다.

대형주의 실적도 살아나고 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4분기 대형주의 순이익 예상 상회 비율은 40.7%로 중소형주(35.8%)보다 높다. 영업이익도 대형주 36.7%, 중소형주 31.4%였다.

배당 등 재료 측면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호재가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김중원 투자전략팀장은 "정부의 배당성장 확대 정책을 고려할때 코스피 장부가치는 매년 6%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외국인

문제는 최근 팔자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이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기존 주도주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선호도가 급격히 대형주로 이동하기에는 G2(미국·중국)리스크, 불안한 펀더멘탈 등의 벽이 아직 높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 비쳤다.

신영증권 정동휴 연구원도 "2004년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중소형주가 대형주 대비 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중소형주'의 재상승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형주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NH투자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0.867배) 수준을 밑돌고 있어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면서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조금씩 변곡점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국인이다. 투자은행 NN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까지 13개월 동안 19개 신흥국에서의 순자본유출 규모가 9402억달러(1111조원)에 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두배다.
한국증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들은 6월 이후 코스피 시장에서 3조9861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비중 감소가 대형주의 부진을 반영하고 있는데다 순매도 또한 제한적 수준인 만큼 신흥시장 불안과 연계해 '셀 코리아(Sell Korea)'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경제·금융 불안 등 불안요인의 전개에 따라 외국인 순매도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