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증시 폭락 끝이 아니다" 공포에 질린 아시아 시장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4 17:42

수정 2015.08.24 22:08

상하이증시 8.49% 폭락
中국가부도 위험지수 급등 日 닛케이 4.61% 급락
대만 1990년 이래 최대낙폭
"中증시 폭락 끝이 아니다" 공포에 질린 아시아 시장


실물경제 급랭의 결과물인가, 인위적인 개입의 후폭풍인가. 중국 정부가 돈을 풀어 떠받친 '관제 증시'가 연거푸 무너지고, 국가부도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24일 중국 상하이 증시는 8% 넘게 폭락했다. 8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지난달 27일(8.5% 폭락)에 이은 두번째 '블랙먼데이'다. 시장은 속수무책이다. 실물경제 둔화에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겹치면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아시아 증시는 파랗게 질렸다. 일본 도쿄 닛케이지수는 6년여 만에 1만9000 선이 무너졌다. 대만 자취안지수도 1990년 이래 최대치로 폭락했다. 국제유가도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신흥시장은 통화가치 폭락에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00원대를 돌파했다. 5년여 만에 처음이다.

중국발 패닉이 어느 정도일지,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우려에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존 창 홍콩 경제부총리는 "신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현재로선 중국 폭락장이 한 차례 이상은 더 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돈을 쏟아붓지만 구조적인 중국 경제둔화에서 회복세로 전환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에 유럽 경제 저성장 장기화 등 대외 악재도 바뀐 게 없다. 세계경제 '9월 위기설'의 전조라는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209.91로 전거래일 대비 8.49%(296.84포인트) 폭락했다. 지난 2007년 2월 27일(8.84%)에 이은 하루 최대 낙폭이다. 앞서 지난달 27, 28일 연이틀 8.5%, 1.7% 급락했던 충격 이상이다. 시장은 "재앙에 가깝다"며 망연자실했다.

그간 중국은 여러 수단을 써서 시장에 돈을 풀었다. 그러나 시장은 거꾸로 움직였다. 수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지난 11일 기습적인 3일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도 단행했다. 이뿐 아니다. 지난 18일부터 사흘 연속 역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 3500억위안의 유동성도 공급했다. 또 23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고, 대형 연기금(양로보험기금 3조5000억위안 중 1조위안)의 증시 투입까지 허용했다. 내놓을 카드는 모두 꺼낸 셈이다. 그러나 상황은 악화됐다. 인위적으로 떠받친 시장은 한계에 이르렀고, 투매가 이어졌다.

돈의 힘으로 공포를 누그러뜨리기는 어렵다. 증시는 경제를 선행한다. 이미 고꾸라진 경기지표가 증시를 반등시킬 동력을 빼앗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7%대에서 6%대로 완전히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7월(48.2)에 이어 8월 잠정치(47.1)도 2009년 3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문제는 신흥시장으로 확산되는 '공포'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발 패닉'은 자본유출에 취약한 신흥시장부터 쓰러뜨리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8.03으로 지난 21일 하루에만 46.5% 폭등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졌던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24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3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28.58)를 찍었다.

국가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치솟았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117.16bp로 2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상승폭은 2013년 8월 이후 최대다. 한국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82bp)도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중국 경제 경착륙, 미국 금리인상의 악재는 통화와 원자재마저 '도미노 추락'을 촉발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 이집트 파운드, 나이지리아 나이라, 남아공화국 랜드도 최대 20% 이상 급락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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