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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차이나 리스크'에 신용등급 빨간불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4 18:21

수정 2015.08.24 21:49

대한항공·삼성중공업 등 대기업들 신용등급 하향 IT 업종마저 조정 불가피 웃돈 주고 돈 빌려야할 판
중견社 회사채도 발길 뚝 신용경색發 악순환 우려

韓기업 '차이나 리스크'에 신용등급 빨간불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 대기업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비교적 안전한 채권으로만 몰리는 반면, 부실 징후가 있는 채권에는 매도호가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같은 AA등급 우량채권이라도 부정적인 소문이 도는 기업 채권은 찬밥 신세다."

(증권사 채권 딜러)
대한항공, 대우조선해양, LG전자 등 믿었던 대기업들이 차이나 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실적부진 공포에 휩싸였다. 실적 불안감은 회사채시장으로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몇몇 기업을 빼놓고는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기업들은 투자자에게 웃돈을 주고 돈을 빌려야 한다. 갈 길 바쁜 기업들로서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IT·자동차 등 'AA'등급도 불안

24일 증권업계와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등급감시(Watch) 대상에 등록된 곳 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동부, 제일모직, 삼성중공업, 한국시티그룹캐피탈 등이 '부정적 검토'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인수합병(M&A) 이슈(지배구조 변경 및 재무적 부담 증대)를 제외하면 실적 부진 우려와 차입금 증가에 따른 부정적 재무구조 영향이 대부분이다. 실제 대기업의 등급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NICE신용평가는 한진칼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기존 BBB+에서 BBB로 한계단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산업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실적 변동성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쟁심화로 사업 위험이 확대된 반면 투자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도 'AA-'에서 'A+'로 내렸다. NICE신평은 삼성중공업이 올해 2·4분기에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수익창출력이 크게 떨어졌고 프로젝트 관리 능력과 원가통제의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추가하락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도 적잖다.

NICE신용평가는 한진해운(BBB-)은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며 등급하락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GS EPS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조선업체들도 손실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추가등급 하락 가능성이 적잖다.

기업들의 실적회복에 대한 의문이 지속된다면 유통,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으로 도미노 강등이 예상된다는 경고도 있다. 중국이 금리 인하와 함께 위안화 절하를 단행할 정도로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부진은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글로벌 매크로도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어 크레딧 시장에서 대접받던 유통, IT 및 자동차 업종마저도 등급 조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A' 등급 군 중 안전 지대를 찾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들어 신용등급이 바뀐 92곳 중 'AA'등급이 21곳으로 가장 많다.

■중견기업 수요예측 '찬밥'

"선뜻 자금조달을 해주겠다는 금융회사가 없다. 잘못했다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처지도 이해가 간다." 한 중견기업 자금조달 임원의 하소연이다.

회사채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돈다는데 이 곳엔 최근 증권사 직원의 발길이 뚝 끊겼다. 올해 돌아온 빚은 급전으로 막았지만 앞으로 돌아올 만기를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몇 기업들은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다. 대한제당, 동원산업, GS EPS, OCI 등은 수요예측 물량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실적부진으로 신용 강등 우려가 커진 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은 기업은 자산유동화 등 대체조달 수단을 모색해야 하는데 비우량 등급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대기업까지 신용등급 강등이 이어진다면 신용경색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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