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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서 타결까지...벼랑 끝에 놓인 김관진 황병서의 6일

지난 22일 오후부터 시작된 남북 간의 밀고 당기는 마라톤 협상은 나흘만인 그 막을 내렸다.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는 발생 6일만인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 남북 대표단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나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10시간 가까이 무박 2일의 1차 협상을 벌였다.

이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23일 오후 3시30분께 판문점에서 재개해 25일 0시 55분 극적 타결했다. 무박 4일 43시간이란 사상 초유의 장시간 연속 접촉을 통해 한반도 위기는 이산가족상봉 추진을 비롯해 민간교류 활성화를 통한 평화의 길로 바꿔놓았다.

■준전시 상황에서 1차 협상

남북 고위급 접촉은 처음부터 극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22일 오후 5시(북한의 평양시 기준)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 통첩을 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3군 사령부를 방문해 군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홍용표 장관 명의로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하지만 북측이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측이 김양건 비서의 명의로 김관진 실장에게 "21일 또는 22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김관진 실장 명의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대상으로 하자"는 수정통지문을 발송했다. 황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체제를 이끄는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참석자 조율은 22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날 9시 35분 북측은 황 총정치국장 명의로 "북측은 황병서·김양건, 남측은 김관진 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대2로 접촉하자"는 통지문을 재발송했다. 청와대는 오전 11시25분께 북한 제안을 수용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작됐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30분까지 10시간 가량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회'를 선언했다

■드라마틱한 2차 협상

2차 협상 상황은 드라마틱하게 진행됐다. 특히 회담장 분위기는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이에 따라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기도 했다.

북측은 협상과정에서 이번 위기의 원인이 된 지난 4일 DMZ 내 지뢰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한 반면, 우리측은 북측이 우리측 부사관 2명에게 큰 부상을 입힌 지뢰도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취하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 대표단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 본국의 훈령을 받아 다시 조율하는 지루한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였다.

또 북한은 앞에서 대화하고 뒤에서 때리는 '화전양면술'도 전개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 잠수함 50여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한 것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 여러분께 확실한 소식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늦게 들릴 것으로 예상됐던 '타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부 분위기도 '낙관'에서 '신중' 쪽으로 바뀌었다.

이런 가운데 25일 새벽 1시쯤 협상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1시 10분께 브리핑을 통해 "남북고위급 당국자 접촉이 오늘 0시 55분 종료됐다"고 밝혀, '무박 4일' 간 벼랑 끝 마라톤협상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yoon@fnnews.com 윤정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