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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 `손톱밑 가시` 현실화..기업 91% 생산위축

화학물질의 등록과 관리를 엄격하게 규제한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시행 초기 우려대로 국내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기업의 90%가 화평법 시행으로 경영활동에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최근 화평법 적용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화평법 시행에 따른 기업 애로'를 조사했다고 27일 밝혔다. 올 1월 1일 시행된 화평법은 기업이 취급하는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환경부에 보고토록 했다.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도 대상이라 시행 전부터 석유화학사 등은 '손톱밑 가시'라는 비판이 많았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91.4%가 '화평법이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라고 답했다. 세부적으로 '화학원료 수입 차질'(50.7%)이 가장 많았다. '신제품 출시 지연'(25.7%)이나 '연구개발 지연'(23.6%) 등도 호소했다.

대한상의는 "화학물질을 수입하는 기업들은 국외 제조자로부터 성분정보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받지 못할 경우 화학물질 보고의무를 준수할 수 없어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성분정보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화학원료 수입 중단, 거래선 변경, 대체물질 개발 등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화평법 의무사항 중 '등록의무'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조사 기업의 53.3%가 '등록대상 기존 화학물질 등록'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답했고, '신규화학물질 등록'도 46.0%가 고충을 토로했다.

또, 50.7%가 '서류작성'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아 행정부담 완화가 시급했다. 화평법 시행에 따라 기업들이 1개 물질당 서류를 작성하는데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2주 정도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환경부가 이번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연구개발(R&D) 물질 등록면제확인신청 추가서류를 4개에서 2개로 간소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제출해야 하는 내용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류의 개수를 줄일 게 아니라 소량의 R&D물질에 대해서는 서류없이 등록을 면제하는 차등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 이후 △'보고의무 대상범위 축소 △등록비용·기간에 대한 부담 완화 △소량의 R&D물질 서류면제 등을 골자로 하는 '화평법 개선 건의서'를 지난 20일 환경부에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는 보고의무가 없고, 일본은 혼합물의 10% 미만 함유 화학물질은 보고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주요국처럼 보고의무 대상범위를 축소하거나 보고가 불가능한 물질들은 국외 제조자로부터 규제대상물질 포함여부만 확인하는 등의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