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커버스토리] 페이팔처럼 '성공 후 재도전' 창업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3 17:36

수정 2015.09.13 22:02

창조경제혁신센터 1년
알리바바 '알리윈' 통해 창업자금 지원 플랫폼 구축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앞장
英 '테크 네이션' 프로젝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사 해외사례 벤치마킹도 필요
[커버스토리] 페이팔처럼 '성공 후 재도전' 창업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창업 열풍이 뜨겁다. 세계 각국 정부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육성 및 창업 지원 정책을 실시하면서다.

우리 정부도 전국 17개 지역에 완성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반으로 창업강국의 틀을 마련한 상태다. 최근 주요 외신과 각종 국제회의에서는 '한국의 창업 물결에 정부의 지원이 한 몫했다'며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지원과 함께 민간 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를 위해 민간 중심의 창업 생태계가 이뤄지고 있는 해외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민관 협력 창업 산업단지 조성

13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가장 유사한 모델은 영국의 '테크 네이션' 프로젝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월 '테크시티, 런던'의 성공모델을 영국 전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런던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테크시티에는 1300개가 넘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다양한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 벤처캐피털(VC) 등이 모여 창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지난 2010년 당시 영국 정부가 창업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각종 투자 유인책을 마련한 결과,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와 함께 세계적인 창업.혁신 클러스터(산업단지)로 자리잡았다.

이를 발판으로 영국 정부는 전국 21개 지역에 대한 '테크 네이션' 전략을 수립, 맨체스터는 미디어, 캠브리지는 무선통신, 리즈는 헬스케어 등 지역별 강점 분야를 분석해 각자 특화된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미래부 창조경제기반과 관계자는 "영국 정부도 테크 네이션을 중심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최소화하고 세금 감면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거나 혹은 민간에만 맡겨두는 형태가 아닌 민관이 파트너십을 통해 스타트업 보육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점이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 정부가 매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50개 핵심 스타트업을 선정해 투자유치, 사업확장, 인수합병 등을 집중 지원하는 '퓨처50' 프로그램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른바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다.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건 우리 정부가 최근 벤처 육성 정책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자,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벤처 붐 속에 등장한 '묻지마 투자'나 '무늬만 벤처'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최근 스타트업 열기에 대한 우려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10개의 스타트업 중 2개만 살아남는 상황에서 거품 반, 성실한 내용 반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ICT 버블을 좀 더 줄이고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보육하는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중국, 규제는 풀고 자금 유치 지원

전 세계 빅2 시장인 미국과 중국도 최근 저성장 기조 속에 일자리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크라우드펀딩에 초점을 맞춘 '잡스(JOBS, Jump Start Our Business Startup Act)법'을 통해 스타트업들의 투자자금 유치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으며, '스타트업 아메리카'를 내세우며 실리콘밸리의 성공 모델을 미국 전역에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도 '대중의 창업, 만인의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인력과 자금, 정책이 집중된 베이징과 우수한 하드웨어 제조기반을 바탕으로 시제품 제작이 원활한 선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ICT 창업 열풍이 일고 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지난 70년 동안 인근 스탠퍼드대학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기술 창업을 활성화시킨 것처럼 최근 중국 선전에서도 매일 하나씩 인큐베이터가 생겨날 정도로 창업 인프라가 탄탄해지면서 졸업 후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직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중심 스타트업 생태계 벤치마킹해야"

미국과 중국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별개로 민간 영역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의 선순환이 일고 있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관련 업계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은 '페이팔 마피아'와 '엑스구글러(ex-Googler.구글 출신 직원)' 등이 대표적이다. 2003년 미국의 청년사업가들은 모바일 결제업체 '페이팔'을 글로벌 유통업체인 '이베이'에 2조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한 뒤, 확보한 자금으로 유튜브(스티브 첸), 테슬라(엘론 머스크), 링크드인(리드 오프먼) 등을 세우거나 또 다른 스타트업에 재투자하면서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고 있다. 즉, 기술창업으로 성공한 것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재도전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중국도 글로벌 ICT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에 적극 재투자하면서 창업 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중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등에 중화권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투자기금을 조성하고 공장부지도 무료로 제공한 데 이어 자회사인 '알리윈'을 통해 중국 최대 규모의 창업자금 지원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이처럼 사회공헌도가 높은 글로벌 ICT업계 성공신화들은 젊은 계층에 확실한 롤모델로 자리잡으면서 창업에 대한 동기부여까지 제공,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기술창업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면 그 돈으로 창업지원센터를 만들거나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본인들은 다시 차고로 가든 연구실로 가든 새로운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게 보편화돼 있다"며 "뛰어난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창업지원센터 관계자도 "최근 창업선도대학 등이 생겨나는 등 대학 졸업 후, 취업과 창업 비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창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성공 모델, 롤모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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