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주력엔진인 4기통 2.0리터의 TDI(터보직접분사) 디젤엔진의 배기가스 기준을 조작한 사실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적발됐다.
이 엔진은 폭스바겐 파사트, 제타, 골프, 비틀과 아우디 A3 럭셔리 등 VW그룹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차량에 탑재돼 있다. 문제가 된 2.0 TDI 디젤엔진 차량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EPA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검사 시에만 배출 통제 시스템을 최대로 가동시키고 평상시에는 배출 통제 시스템의 작동을 중지시키는 소프트웨어를 해당 차량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차량은 EPA의 배기가스 검사는 통과했지만 실제로 주행할 때에는 허용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소산화물은 천식 발작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물질으로 알려져 있다.
EPA는 지난 주 폭스바겐에 48만대 리콜 명령을 내렸다. 리콜 대상 차량은 2009~2015년형 제타와 비틀, 골프와 2014~2015년형 파사트, 2009~2015년형 아우디 A3 등 48만2000여대에 달한다.
또한 이번 사건 조사가 종료되기 전까지 이 엔진을 사용하는 2016년형 모델에 대한 적격승인을 하지 않기로 했다.
EPA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작 혐의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폭스바겐은 최고 18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규정을 위반한 자동차 한 대당 약 3만7500달러에 달하는 액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폭스바겐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폭스바겐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내고 사태가 일단락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20~25%가 디젤차량이다.
폭스바겐은 이번에 적발된 TDI 디젤엔진이 '친환경디젤' 엔진이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왔다. 회사 측은 미국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클린디젤'이 하이브리드나 다른 고연비 기술에 버금하는 기술임이라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의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르틴 윈터콘 VW그룹 최고경영자(CEO)는 "고객과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환경보호청의 모든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WSJ는 최근 주주들로부터 올해 초 가까스로 재신임된 윈터콘 CEO의 입지가 이번 일로 인해 더욱 좁아지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이 연방 기준보다 더 엄격한 캘리포니아 주는 이번 사태와 관련, 별도의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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