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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스타트업 생태계 아직 악순환 고리 못 끊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2 13:43

수정 2015.09.22 16:11

'정부 주도 펀드제공 → 창업 → 추가 투자 부족 → 유사사업간 경쟁 과열 → 투자회수 부진'
정부가 직접 나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선지 3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15년 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비판이 제기됐다.

창업초기에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자금을 다소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성장단계에 접어들면서 자금을 지원받기가 어려워 소위 '죽음의 골짜기'를 넘기 어려운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이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유사한 업종에 몰려있어 스타트업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져 투자회수(Exit) 단계까지 가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장단계 투자 순환 어려워
22일 구글 캠퍼스서울 주최로 서울 영동대로 오토웨이타워에서 열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김주완 맥킨지컨설팅 파트너는 "언뜻 보면 지금 창업 상황은 좋아보이지만 실제로 창업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와닿는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맥킨지컨설팅에 따르면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 초기 1~2개 정부 프로그램 지원으로 3000만~7000만원 규모의 초기자금을 확보하는데, 정작 성장 단계에서 상품을 개발해 마케팅 하기 위한 1억~3억원 규모의 자금은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김주완 파트너는 "창업은 쉽지만 성장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는 뜻"이라며 "스타트업 창업가의 대부분은 창업 후 6~12개월 내에 재정난에 직면하고 있어 창업에서 벤처캐피털 자금지원까지는 한국의 스타트업에게 여전히 '죽음의 골짜기'"라고 지적했다.

김 파트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유사한 서비스의 난립"이라며 "국내 인터넷 서비스는 시장이 크지 않아 같은 업종에서 두세개 주요 업체가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추가로 유사업체가 생기면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투자금 회수 오래걸려...투자자 투자 꺼린다
소위 '죽음의 계곡'을 넘기 위헤 스타트업들이 찾는 투자자가 엔젤투자자들인데, 정작 엔젤들에게는 한국의 투자 여건이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통한 투자회수 여건이 부실해 엔젤들이 투자를 꺼리고 결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매경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스타트업이 M&A로 성공한 사례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창업 후 IPO에 이르기까지는 평균 12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IPO 기간이 평균 3.9년, 미국의 주요 투자회수 방식인 M&A는 창업에서 M&A까지 평균 5년이 걸리는 것에 비교하면 엔젤투자자등이 한국에서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한 스타트업 생태계 선순환 고리 안보여"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기업 탭조이에 기업을 매각해 성공사례를 남긴 파이브락스 공동창업자 노정석 킵코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국내는 성공한 창업자 수가 적고 그 분들이 얻은 투자회수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면서 "성공한 창업도 게임이랑 e커머스 외에는 거의 없어서 엔젤투자자 입장에서도 좋은 회사 수를 찾기가 어려워 선순환 고리가 안보인다"고 말했다.

허진호 트랜스링크 대표는 "미국의 M&A 사례를 보면 인수하는 측에서 주식을 전량 인수지만, 한국은 경영권만 인수하고 나머지 엔젤투자자 같은 소액주주들은 버려진다"며 "회수되는 규모도 적고 창업자와 주요 주주의 지분만 인수돼 대박을 내고, 소액주주들은 IPO 전까지 M&A로 이득을 볼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안창용 창조융합기획과장은 "생태계가 바뀌려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내년 1월 크라우드 펀딩을 본격 도입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스타급의 전문 엔젤투자자들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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