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사우디 압사사고 719명 사망, 이슬람 내부서 비난 이어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5 13:54

수정 2015.09.25 13:54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5년 만에 최악의 압사사고가 발생하면서 다른 이슬람국가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사우디 당국의 관리 소홀이라는 주장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4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 메가 외곽에서 발생한 하지(성지순례) 압사사고 사망자는 같은 날 밤까지 집계한 결과 최소 719명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역시 863명에 달한다.

같은 날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수니파 핵심 국가인 사우디에서 발생한 사고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ANA는 25일 이번 사고로 이란 순례객 131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사우디 당국의 실수와 부적절한 대응이 재앙을 낳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사우디가 반드시 참사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도 "사우디의 무책임한 행동에 도저히 무관심할 수 없다"며 이란주재 사우디 대사를 공식 소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터키 당국도 사고를 전후해 18명의 터키인이 실종됐다며 사우디의 운영 미숙을 비난했다. 주 사우디 한국 대사관은 사고 당일 한국인 피해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24일 메카에서 약 5㎞떨어진 미나에서 204번 도로와 이어진 자마라트 다리 주변에서 발생했다.

칼레드 알팔리 사우디 보건장관은 "다리 근처를 떠나려는 무리와 반대방향에서 몰려오는 인파가 뒤엉켰다"며 순례객들이 당국의 규정을 지키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는 이슬람교도가 지켜야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순례객들은 메카의 카바신전을 참배하고 미나에서 악마를 상징하는 기둥에 자갈을 던지는 의식을 치른다.

하지를 둘러싼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5년에는 메카 인근 순례자 캠프에서 가스 폭발로 화재가 발생, 200명이 숨졌으며 1987년에는 이란 시아파 순례자와 사우디 군의 충돌로 4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가장 큰 사고는 1990년 미나 인근 터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14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이후 최대 규모다.


서방 언론들은 이달 11일 메카의 공사장 크레인 붕괴사고로 107명이 사망한 지 1달도 되지 않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CNN은 사우디의 관리 소홀뿐만 아니라 하지중에 죽으면 좋은 곳에 간다는 일부 무슬림들의 태도 역시 안전 불감증을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뉴욕 미사에서 "메카에서 발생한 비극을 마주하며 교회가 이들과 가까이 있음을 나타내고 싶다"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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