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에도 감축 의무화 산업 악영향 최소화해야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프란치스코 교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잇따라 온실가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7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남북한을 포괄한 한반도 전체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중 두 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4%를 차지한다. 한국은 7위다. 각국의 움직임은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를 앞두고 나온 것이다. COP21은 오는 2020년 이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룰을 결정하는 자리다.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대의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엔 기후변화를 난민과 연결짓는 시각도 나타났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리처드 시거 교수는 시리아 난민 사태의 근본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았다. 지난 2007∼2010년 사상 최악의 가뭄이 시리아에 닥치자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시거 교수는 장차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이란 등지에서도 기후변화가 정치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온실가스 감축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다. 예상되는 '파리의정서'는 기존의 교토의정서(1997년)와 크게 다르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선진국에만 부과했다. 하지만 '파리의정서'는 개도국에도 감축 의무를 지울 것으로 보인다. 최대 표적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지만 한국도 감축의무를 피할 수 없다.
온실가스 정책에 관한 한 한국은 그동안 개도국 중 모범생이었다. 전임 이명박정부는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해 국제사회의 박수를 받았다. 박근혜정부도 연초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설한 데 이어 6월엔 온실가스를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 줄이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각국이 제시한 서로 다른 감축방식을 동일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한국의 감축목표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은 인류의 공통과제다. 지구를 더럽히는 데 일조한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러나 탄소 배출의 획기적 감축은 제조업에 기반한 한국의 산업구조상 쉽지 않은 일이다. 관광·금융 위주의 서비스산업 국가와 철강·자동차·석유화학 위주인 제조업 국가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 파리총회 결과를 충실히 이행하는 선에 머무르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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