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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줄하향, 대기업도 예외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29 17:19

수정 2015.09.29 20:35

두산·한진·이랜드 빚 부담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 강등
하반기 회사채 발행 어려워 CB발행 등 고육지책 불가피
신용등급 줄하향, 대기업도 예외 없다

신용등급 하향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용 상위등급을 자랑하던 몇몇 대형그룹은 늘어난 빚 부담으로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용하락 공포에 휩싸였다.

이미 신용평가사(신평사)들은 일부 기업집단에 대해 재무 부담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고, '마이너스(-)' 하향에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두산·한진·이랜드 '빨간불'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평사들은 한진과 두산, 이랜드 그룹 등이 재무리스크 확대와 현금창출력 대비 과도한 차입금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일관된 평가를 내놓았다.

이들 그룹은 신평사로부터 재무관리에 있어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STX, 동양, 동부그룹 등의 전처를 밟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이들 그룹에 대한 최근 3개년(2012~2014년)동안의 영업현금흐름(OCF) 대비 총차입금(총차입금/OCF)을 분석한 결과, 평균치가 각각 14.5배, 12.5배, 9.6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기평의 평가방법론상 BB급(투기등급)인 9.5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이들 세 그룹의 차입금 의존도 역시 과거 3년 평균치가 각각 65.0%, 31.7%, 45.0%에 달하는 등 BB급(55%)을 웃돌고 있다. 과거 STX와 웅진그룹 등도 부실화 발생 이전 3개년 평균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41.3%와 42.0%에 육박했었다.

한기평 강철구 수석연구원은 "현재 이들 세 그룹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더욱이 사업적으로 재무상 연관성이 높은 만큼 계열 리스크가 발생하면 또 다른 계열사로 그 위험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신평)는 아예 이들 그룹의 주력 계열사 신용등급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최근 나이스신평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고,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A-' 등급의 두산엔진에 대한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 판단으로 변경했다. 모두 현금창출능력 대비 재무적 부담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도 나이스신평은 한진그룹 계열사 수시 평가에서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 판단'에서 'BBB+ 안정적'으로 낮췄으며, 한진해운에 대해선 등급(BBB-)을 유지시켰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랜드그룹의 경우엔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외형 성장을 이뤘다는 시장 평가 있는 반면, 빚에 의존한 기업 인수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신평사들의 분석이다.

■"하반기 회사채 시장 어쩌나"

이와 더불어 남은 하반기엔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받는 기업이 적잖을 것이라는 게 신평사들의 전망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채권 매입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확산이 예상되고 있다. 회사채를 사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투자자의 관망 심리가 우세해진 탓이다.

실제 다음달 초 2년물로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한 이랜드월드는 수요 예측에서 전량 미달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한진 역시 최근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을 시행했지만 '전량 미매각'됐다.

대한제당, OCI, 대한항공, 한화갤러리아, GS글로벌 등도 최근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예정된 금액 모집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추락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회사가 늘고 있는데, 하반기엔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면서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이들 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의 고육지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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