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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경부, 폭스바겐 인증 조작 검사 없이 내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30 17:21

수정 2015.09.30 19:08

환경부가 유로6나 유로5 환경기준으로 만들어진 폭스바겐 차량에 인증서를 내주면서도 고시에 규정된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OBD) 등에 대한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의설정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조차도 요청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처럼 자동차 제작사의 임의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환경부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후에야 폭스바겐 측에 임의설정 장치의 작동방식, 해당 엔진이 탑재된 차량 유입대수 등의 자료를 요구했다.

9월 30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현행 '제작자동차 인증 및 검사 방법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고시)은 일반적인 운전 및 사용조건에서 배출가스 시험모드와 다른 부품의 기능을 정지·지연·변조하는 구성부품, 즉 '임의설정'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환경부의 '경유차 질소산화물(NOx) 기준 초과 개선지침' 역시 시간인식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배출가스저감장치(EGR) 등 관련부품에 대한 조작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차 인증 고시와 상위규정인 시행규칙, 법률은 인증신청서 제출 요령과 당국 의무 혹은 재량사항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사는 인증을 신청할 때 OBD 등에 대한 자체 시험결과, OBD의 구성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차량을 양산한 지 1년 이내에 한 대의 자동차를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배출가스 및 소음 등을 검사토록 하고 있다. 이른바 '수시검사'다. 수시검사는 제작차 배출허용기준 항목 이외에 OBD 및 임의설정을 포함할 수 있다.

또 고시 제7조에선 자동차 제작사는 인증서를 낼 때 환경부 장관 또는 국립환경과학원장이 요청할 경우 임의설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한 설계전략, OBD 알고리즘, 시험절차, 기술적평가 등 모든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 때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인증서류를 토대로 △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의 구성과 기능이 규정에 적합한지 △자체시험결과가 진단장치 작동 기준에 적합한지 △배출가스 및 내구성 시험방법 및 절차에 따라 진행했는지 △배출가스 관련부품의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 및 배출가스 유효수명에 대한 보증사실을 차량 구입자에 적정하게 알리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유럽에서 이미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로 인증 설정여부 판단정보를 요청하지도, 검사를 하지도 않았다. 수시검사에 OBD 관련 검사내용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확인하지 않았다. 검사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유럽에서 인증을 받은 차량이기 때문에 환경부에서 임의설정 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따라서 환경과학원도 임의설정 여부를 검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로6의 경우 지난해 9월 인증서를 받은 뒤 수시검사를 했다"면서 "하지만 임의설정을 검사 '해야 한다'가 아니고 '포함할 수 있다'로 나와 있고 유럽인증 차량이라서 (임의설정을) 검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환경부가 OBD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았던 것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EU FTA 제3조에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 규정을 준수해 인증을 받은 경우 한국에서도 기술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시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폭스바겐 논란 이후 유로6 기준 적용차량 4종류에 대한 검사를 시작하면서 전혀 다른 FTA 조항을 제시했었다. 부속서의 2-다 자동차 및 부품 제8조 제2항 '각 당사자의 권한 있는 행정당국은 제작사가 기술 규정을 준수하는지를 자신의 국내 법령에 따라 무작위로 추출해 검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중 잣대인 셈이다.

환경부는 2013년 5월 한 연구기관에 관련 연구용역을 주면서 'FTA 조항의 해석에 있어 EU 규제당국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인증해준 사례에 대해 우리나라 규제당국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과를 보고받기도 했다. 이 용역보고서엔 'EU에서 인증을 마쳤다고 해도 법규에 규정돼 있으나 인증과정에서 생략된 절차를 우리나라에서 다시 요구하는 것이 FTA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도 나와 있다.
한편 환경부는 임의설정 시기나 조사내용 등과 관련한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임의설정은 '배출가스 시험 모드와 다르게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기능이 저하되도록 그 기능을 정지·지연·변조하는 구성부품'을 말한다.
한국과 유럽연합(EU) 모두 임의설정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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